전원일기

녹향 박상배 까치동산 전원일기

s녹향 2008. 3. 28. 08:53

1995년10월 동산 가꾸기 시작

 

* 녹향 박상배 까치동산 전원 일기 * 2001년 봄부터.
 너희는 집을 짖고 거기 거하며 전원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으라.렘29:5 
부지런하지 않은 자 성공을 원하지 말라 전원생활은 은둔생활이나 게으르고 안일한 생활이 아닌 맑은 마음과 신성한 노동을 삶의 기쁨으로 누리는 행복이다                  

                       봄.      까치동산에 꽃비가 내리면

 

 * 농사 하는 사람들이 과수나 곡식을 기를 때 자식 기르는 것 같다고 그 정성과 애착심을 말한다 그런데 정원을 가꾸는 일은 그 감미로움이 애인과 연애 하는 것과 같다

* 동편에서 밝은 해가 떠 오르면 앞 강가에 물안개 피어나고 새들의 노래소리에 아침 이슬이 꽃잎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곳, 저녁에 두둥실 떠오르는 달빛이 그대로 환희가 되며  수많은 별들이 그대로 꿈이 되고 풀벌레 소리 합창 교향곡이 아련한 곳. 비온 뒤 쌍무지개 피어 오르고 물안개 추억처럼 흐르는 곳, 정원만큼 주님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나는 이 정원을 주셔서 가꾸는 기쁨을 축복으로 주신 주님께 감사한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는 꽃,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 주는 나무들, 까치동산에 꽃비가 내리면 내 마음은 더욱 행복해 진다
   
* 설도 지나고 봄이 오는 길목에 들어 서면 유난히 바람이 많다. 얼어붙은 대지를 깨우며 땅속에 들어 있는 풀들에게 새싹 틔울 준비를 하라고 흔드는 바람인가 보다. 대숲에서 들리는 음산함과 괴기스런 바람소리가 오싹 소름을 끼치게 하지만 그 분위기가 먼 옛날 전설의 고향 같아서 오히려 좋다

 

* 무지개 연못에 물을 넣어 주려고 모타를 틀면 바위 틈으로부터 맑은 물이 졸졸 흘러 거꾸로 놓인 다듬이 돌의 홈을 타고 층계를 따라. 표주박 물확독을 통과하며 아래 표주박 확독으로 떨어져 연못 얼음 위로 작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번져 흐른다. 얼음장과 바위 밑에 있던 잉어들이 어느새 물소리를 듣고 헤험쳐 나올라치면 헤어졌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어느 음악보다 감미롭고 얼음 밑에서 노닐던 잉어들이 얼음을 향해 입을 벌리고 무언가 먹어 보려 하지만 얼음에 막혀 매번 허탕을 친다. 너희들도 사람들처럼 먹고 살기가 힘들구나

 

* 까치들과 물까마귀 떼가 날아들어 빨갛게 익어 보기 좋던 당산사 열매와 올해 처음으로 몇개 열린 산수유 열매를 모두 따먹어 버렸다. 호랑가시 나무에도 빨간 성탄 열매가 열렸는데 서슬 푸른 가시가 지킴으로 감히 범하지 못하고 남겨 놓았다.그래서 무척 춥고 눈이 많은 겨울을 지나면서도 윤기 흘러 더욱 푸르른 호랑가시 나무 잎새는 그 이름만큼이나 권위가 있어 보인다. 그 서슬 푸른 자태에 감히 까치도 산새도 그 열매를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가 보다.

 

* 전원생활을 하면서 나의 나름대로 행복 누리기 열가지를 작성했다

1. 감사와 기쁨이 마음과 얼굴에 가득하게 하라.
2. 사랑과 은총을 노래하며 기도와 명상을 하라.
3. 차를 마실 때는 먼저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하라.
4. 정원을 거닐 때는 몸과 마음을 비워 평화롭게 하라.
5.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자신을 자연과 어울리게 하라
6. 철따라 피는 꽃과 벌,나비를 첫사랑이 찾아오는 설레임으로 맞으라
7. 풀 한 포기 나뭇가지 하나도 소홀히 다루지 말고 귀히 여기라.
8. 열매나 과일은 새,곤충,동물과 나누어 먹으라
9. 비나 눈이 올 때는 모든 일을 제쳐 놓고 정원 풍경을 감상 하라
10. 나이가 드는 것을 자연의 순리로 행복하게 받아 들이라

 

* 전원생활을 꿈꾸신 분들에게 질문이 있다

1. 욱어지는 잡초를 아름답게 보며 즐길 수 있는가
2. 느리고 불편한 생활을 기쁘게 받아 들이겠는가
3. 사람에 대한 외로움을 자연 속에 묻을 수 있는가
4.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일할 수 있는가

5. 모기,벌,뱀이나 지네 등과도 그냥 살 수 있겠는가
6. 깨어 있는 마음으로 정신을 맑고 향기롭게 할 수 있는가
7. 재물에 마음 비우고 세상적인 경쟁과 욕심에 초연할 수 있는가
8. 비나 눈 속에 묻혀도 풍경을 감상하며 기쁨을 누릴 수 있겠는가
9. 나이를 먹지 않고 봄,여름,가을,겨울을 먹으며 살겠는가

10..................................................................... 

 

위 항목에 모두 예 라고 대답하시는 분은 정원생활 합격 

자연과 가까워 지면 병원과 멀어 집니다 

 

 

* 차 나무 밑에는 차 씨앗들이 떨어져 마치 건강한 산토끼 똥같다
 한 웅큼씩 씨앗을 주워 차 나무가 없는 곳에 뿌려 주었다. 이렇게 차나무가 동산을 차근차근 점령해 간다 .올해는 차밭에 나오는 대나무 죽순을 잘라 버리지 않고 키워야겠다 .차밭의 대나무는 된서리도 막아 주고 동해로부터 녹차를 보호해 주고 반그늘을 드리워 차순을 연하게 하여 죽녹차 맛을 향기롭게 해 준다고 하니...

 

* 목련이 매운 바람을 무릎 쓰고 꽃봉오리를 키워 간다. 작년 가을 잎이 진 자리 위에 조그맣게 생겨난 꽃눈들이 겨울 바람을 마시며 눈보라를 마시며 조금씩 부풀었다. 낙엽은 떨어져도 반드시 생명을 잉태해 놓는다

 

* 계절이 바뀌는 때를 나는 무척 좋와 한다.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때와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때가 너무 좋다. 바람의 온도가 바뀌고 소리도 바뀌고 냄새도 바뀐다. 계절이 가고 옴으로 산천초목이 다 새롭게 된다. 마음도 바뀌는 계절 따라 바꾸어 져서 신선해 지고 맑아지는 것이 좋다.

 

* 화단에 빼꼼이 솟아난 튜립의 촉이 꽃처럼 빨갛게 번져 꽃인양 착칵을 했다.
귀여운 새 잎새가 너무 예뻐 꽃삽으로 조심스레 떠서 화분에다 옮겼다. 거실에 두고 꽃이 피는 모습을 봄으로 새 봄맞이를 하고 싶어서이다. 봄은 화분으로도 찾아와 내 마음의 문을 열어 주고 있다

 

* 아직 2월인데 무지개 연못가에 백합이 두 촉이 올라왔다. 원래 백합은 다른 봄 구근식물인 수선화나 튜립이 다 올라온 후에 올라오는 초여름 꽃인데 돌연변이처럼 고개를 내 밀었다. 아직 눈보라가 남았을 텐데.. 하며 걱정이 된다.이 백합은 올해 가장 진한 향기를 피우려고 벼르고 벼르며 일찍 나온 모양이다

 

* 짚으로 쌓아 주었던 장미에 짚들을 풀어 주고 거름을 해주었다. 겨울동안 많이 추었지? 이제 잠에서 깨어나렴! 하고 인사를 하는데 이미 깨어난 장미는 잎파리가 파랗게 돋아나고 있었다. 눈보라 속에서도 서슬 푸른 가시로 동장군을 맞서 싸웠나 보다 과연 장미.

 

* 상사화 잎은 눈 속에서도 보리처럼 푸르고 싱싱하지만 초가을에 홍자색 꽃이 필 때면 잎은 지고 없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잎은 꽃은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고 하여 상사화라고 했다 한다. 안타까운 전설같은 꽃 상사화를 볼 때는 머나먼 저승길 같은 것을 생각한다. 올 겨울같이 춥고 눈도 많이 왔는데 이렇게도 푸르른 상사화 잎인데 모진 세월을 견디고도 정작 꽃이 피기전에 잎이 지고 마는 안타까움이 영영 만날 수 없는 저승길을 생각케 하여 나는 상사화를 저승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 영춘화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며 활짝 피었다. 우리 까치동산에서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봄 소식꾼이다. 매화보다 오히려 먼저 꽃이 핀다. 개나리처럼 줄기가 늘어지며 흙이 닿는 부분이면 뿌리가 나니 참으로 원기왕성한 꽃이라 하겠다. 봄이라 꽃이 피는가 꽃이 피니 봄인가

 

* 작은 수선화를 여러개 사다가 장광 돌틈에 심고 바위 곁마다 심었다 아직 눈발이 날리는 날이지만 이미 경칩이 지났으니 봄은 온 것이다 매운 바람이 아직도 코끝을 스치지만 봄내음 또한 매화 꽃망울에 묻어 나고 있다

 

* 이제 더 이상 나무를 심을 곳도 없지만 봄이 되면 서운해서 곶감용 둥시감.복승아,매화 석류 메이폴 몇 그루를 심었다 녹차씨가 떨어진 곳에 새싹들이 무수히 솟아 오르고 이름모를 풀꽃들이 눈서리 속에서 피어 있다

 

* 과수에 벼르던 거름주기 작업을 했다 나무마다 퇴비를 듬북 주고 영양식 잘 먹고 튼튼하게 잘 자라거라 하고 당부했다 농약을 안하기 때문에 퇴비를 해도 열매 따 먹기는 힘들고 그나마 배나 봉승아가 열면 까치들이 다 조아 먹어 버리니 퇴비 값의 십분의 일도 열매는 따지 못한다 그래도 나무에게 영양분을 섭취하게 해야 하고 꽃이라도 보면서 즐기고 가꾸는 재미가 얼마인가 힘들게 일하고 나서 감상하며 쉬는 재미는 안식의 참 맛이라 하겠다

 

* 봄비 오는 날 소복이 얼굴을 내미는 백작약 순을 보고 너무 반가워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죽순처럼 탐스럽기도 하다 작년 늦봄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네처럼, 합박 눈송이처럼 피어 있는 모습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고 서럽게 보였는데 그 슬픔을 안고 먼 길 떠났다 다시 돌아 왔구나

 

* 꽃샘 추위도 지나고 완연한 봄이 되어 수선화 향기가 가득하고 산수유 매화 살구 복승아 목련 동백이 활짝 피었다 빨간 동백꽃에는 벌들이 모여 잔차를 벌이고 꽃속에서 잠을 자고 연애하고 난리이다. 춘란은 벌써 이별을 고하고 백목련이 잎이 지고 자목련이 벌어진다. 다음은 내 차례야 하고 배나무 꽃들이 금방 터지려 한다 민들레는 이미 만발하고 할미꽃도 수줍어 고개를 숙였다 벌써 두릅이 올라와 순을 따고 고사리 치나물도 올라와 끊었다. 연못에는 잉어들이 봄 나들이 하고 수련 잎이 물위로 둥둥 떠 오른다.

 

* 정원을 가진 자는 봄에 할 일이 많다. 모두가 즐겁게 하는 일들이다. 헤르만 헷세는 정원을 가꾸는 일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과 같다고 했는데 오늘도 내 왕국을 다스리는 나는 왕이다

 

* 봄눈 녹듯 한다는 말이 있는데 3월8일 오늘 내린 봄눈은 전남 지방으로는 드믈게 대설 주의보까지 선언하며 맘먹고 내리더니 녹지도 않고 계속 쌓이기만 한다. 경칩이 이미 지나 개구리들도 나왔을 터인데 이 무슨 난리냐 하고 모두 다시 숨고 말았겠다. 뾰쪽히 내밀던 수선화 잎들도 민들레 잎들도 눈 속에서 다시 인내를 배워야 하겠다. 그러나 오는 봄이 어디로 가랴? 햇빛 나면 금방 눈이 녹고 그 물을 마시며 더 힘차게 새싹을 키우겠지

 

* 날이 따뜻해 지면서 여기저기 정원마당에 민들레가 지천으로 핀다 노랗고 하얀 꽃들이 왕성한 번식력으로 번져 가는 것은 꽃이 진 후에 하얗게 맺어 아무런 바람에나 가볍게 춤추며날아 가는 씨앗들의 여행 때문이다

눈보라에도 하나 둘 피던 동백이 새봄을 맞아 만개하여 푸른 잎과 붉은 꽃, 노란 꽃술이 정원을 가득 수 놓았다 벌들은 아예 동백꽃 속에서 살림을 차리고 나오지 않은 녀석도 있다 푸르러 가는 잔디에 떨어져 붉게 흩어진 동백을 보니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항골 절에 갔다가 동백꽃을 주워 꿰어 놀던 때가 생각 난다

 

* 정원 바위 밑이나 나무사이 그늘진 곳에다 심어 논 산 춘란이 포기마다 꽃을 피워 그 자태를 뽐낸다 겨울 눈보라 속에서도 서슬 푸른 잎을 새워 당당하더니 이렇게 꽃을 피워 봄을 알리고 사군자의 기품을 유감없이 발휘 하고 있다

 

* 올해는 처음으로 모과 꽃이 만발했다 모과 나무들을 옮겨 심은 후 겨우 몇 송이 꽃이 피고 말았는데 올 봄에는 나무마다 꽃들이 만발하여 모과도 많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일나무 중에서 유난히 모과나무와 석류나무를 즐겨 가꾸는 것은 독특한 열매의 향기와 아름다움이 좋아서이다 모과나무는 고목이 될 수록 운문장의 수피가 더욱 싱싱해 보이고 수명이 길어 웅장한 멋이 있다 울퉁불퉁 제멋대로 투박하게 열린 모과지만 그 향기는 어느 과일도 못따라 올 것이다 석류의 핑크색 꽃과 호리병 모양의 열매, 가을에 진주알 처럼 벌어지는 씨앗에서는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것 같지 않는가?

 

* 튜립과 수선화를 사다 윗 화단에 심었다 꽃나무가 많아 봄이면 정원이 온통 꽃밭이 되지만 그래도 꽃을 보면 심고 싶어 해마다 사다 심는다. 부드런 흙은 파고 꽃을 심어 소복이 덮어 주노라면 흙을 만지는 감촉도 좋고 어쩌다 꽃 심는 날을 잘 받아서  심고나서 촉촉이 비라도 내릴라치면 비를 맞고 좋아하는 꽃을 보는 마음은 더없이 즐겁다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지 않아 물을 주고 안녕을 했다.

 

* 누구를 찾아 갔다가 없어서 만나지 못하고 돌아 올 때는 무척 서운 하면서도 미리 연락을 안했으니 어쩔 수 없지 한다. 요즈음은 자기 차들이 있어 자주 돌아 다니기 때문에 미리 약속하지 않고 찾아가면 못 만날 수 밖에 없다. 언제나 마음놓고 만날 수 있는 것은 그 자리에 있는 나무, 바위들이다.오직 나를 반겨 주기 위해서 기다리는 정원의 나무 바위, 꽃, 연못

 

* 정원에 서면 항상 마음이 흐믓하다. 내가 이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기 때문이다. 정성 드려 심은 나무들은 언제나 나를 반겨 준다. 마치 나를 기다리기 위해 겨울바람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있는 것 같다. 나무를 심고 가꾸기를 참 잘했다. 안녕 잘 있었니? 인사를 하고 만져 준다. 추운 겨울 바람에 잎이 붉어진 동백은 푸른 잎을 할 때보다 무척 강해 보인다.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너희들 뿐인가 보다.

* 촉촉이 내리는 비가 봄을 부르고 있다.  봄비는 소리없이 내린다. 조심조심 내리며 땅을 유혹하여 잎이 돋게 하고 꽃이 피게 한다. 봄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비내리는 꽃밭에서 고운 흙 속에 있는 꽃들을 부르는 노래를 불렀다. 언 땅이 녹고 거기에 빼꼼이 내미는 귀여운 새싹, 어느 나라에서 오시길래 이리도 고우신고!

* 십이 간지가 새겨진 석탑 나침판에 이끼가 조금씩 끼어 간다.모양이 아름답고 좋아서 아내가 사고 싶어해서 골동품 집에서 백여만원이나 주고 샀는데 볼수록 정원에 운치를 더해 주어 그 때 사길 참 잘했다 생각이 든다. 돌과 나무, 연못과 석탑, 연자매, 물확독과 돌절구통, 사이 사이에서 피고지는 꽃들 모두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너무 어울린다.

* 시내에 나가면 꽃집 앞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요즈음은 무슨 꽃들이 뽑내고 있는지 보고싶어서이다. 오늘도 서둘러 볼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꽃 시장을 들렸다. 작은 수선 국화 히야신스 몇 개를 사 왔다. 작은 화분에 있는 이 꽃들을 화단에 싶어 놓으면 해마다 꽃을 피니 계속해서 내 가족이 된다. 나는 주로 우리 나라 토종 꽃을 심지만 오늘은 히야신스의 향이 좋아서 구근이 심긴 두 개를 샀다. 우선 방안에 놓으니 향이 참 좋다.  꽃이 진 후에는 화단에 심어 해마다 너로 인해 봄향기를 맡으리라.

* 나는 도대체 경쟁이란 것을 싫어 해서 국제적인 운동 경기를 해도 T,V를 별로 보지 않는다. 내가 주님께 감사한 것 중 하나가 경쟁하지 않는 인생을 살 수 있게 해 주신 은혜이다. 아마 경쟁하는 삶을 산다면 나는 번번히 뒤쳐져서 스트래스로 인해 이미 병들었을 것이다.  까치 동산을 가꾸는 것이 좋은 것은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있으되 서로 경쟁하지 않고 제자리에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자연은 경쟁을 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유지 하는데 인간들은 경쟁으로 인해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파괘하고 만다.

 

* 아침에 안개가 짙게 끼어 가까운 것들도 신비에 가린듯 아련하다. 안개비가 흐르는 날은 나무도 더 아름답고 꽃도 더 이쁘게 보인다. 가리웠으되 가려지지 않고 희미하게 들어나는 모습들이 오히려 참 모습인 듯 하다

 

* 냇가의 조약돌을 주어 왔더니  하트 모양의 꽃밭을 만들어 달라고 아내가 주문했다. 몇번 더 주어다 모으면 금을 그어 돌을 놓고 가운데다 부드러운 흙을 채워 퇴비를 주고 할미꽃 튜립,백합,나리등 구근 식물과 도라지 더덕 치나물 둥굴레등을 심어 나물 꽃밭을 만들어야 겠다. 세상에 꽃이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한 일인데 꽃을 심고 가꾸는 축복을 받았다는 것은 더욱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 작은 빨간 장미 두 송이를 가느다란 꽃병에 꽂아 화장실 변기 물통 위에 올려 놓았더니 화장실을 갈 때마다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는데 3주가 되었어도 그대로 고운 모습을 뽑내고 있다. 화장실이 공기가 차고 습도가 적당해서 시들지 않는가 보다. 이 작은 꽃 두 송이의 즐거움

 

* 작년가을에 주었던 퇴비거름이 효과가 나는지 영산홍 꽃눈이 또록또록 잘 자란다. 오월에는 흐드러지게 피어 눈을 어지럽게 할 찬란함이 보일 듯 하다. 새색시의 화려함처럼 피어날 영산홍을 두고 올 봄 꽃놀이의 기대가 크다

 

* 아직 날씨가 매운데도 매화의 꽃망울이 터지며 당당하게 피어난다. 매운 바람 속에 부풀어 오른 야무진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보다. 그 향기의 은은함이 먼 옛날 새 색시적에 아내가 바르던 분냄새 같다.

 

* 살다보면 세월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을 한탄 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세월이 가 준다는 것처럼 고마운 일도 없다. 만일 시간이 흐르지 않고 떴던 해가 영영 지지 않는 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하랴? 세월이 흐르매 모진 슬픔, 아픔도 잊어지고 분도 사그라 지고 마음도 넉넉해 지지 않는가? 세월 흐름이 모든 젊음,청춘,꿈, 다 앗아 가지만 세월이 흘러야 한다. 그래서 영원한 갈 길로 가야 한다. 춘설이 분분할 때 봄이 오지만 이미 꽃이 만발하면 봄은 저 멀리 세월따라 가 버리고 만다.

 

* 한 이틀 몸살감기로 심히 앓고 밖에 나오니 화창한 봄날이다. 바람도 따듯하고 햇빛도 따스해 내가 방안에 앓고 있는 동안 어느덧 봄이 한창이다. 인생이 새로워 보인다. 사람에게 때로는 몹시 아파 보는 것도 참 좋은 것이구나, 죽을 병만 아니고 장기간의 병만 아니라면 종종 심한 병으로 고생을 좀 하면 마음도 신선해 지고 겸손해지고 선해지고 좋구나 싶다. 건강했을 때 아픈 사람의 속을 몰라 준것도 너무 미안하고... 지금까지 아옹다옹 하며 욕심 부리던 것도, 분노하고 서운하고 괴로웠던 것도 다 부질없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나중에 죽어갈 때도 그런 생각이 들겠지. 그리고 하늘나라를 고마워 하겠지. 그래서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가는 것이 아닐까?

 

* 부드러운 흙과 퇴비를 잘 섞어서 고르게 놓아 화단을 만들고 튜립을 많이 심고 민들래도 심었다. 할미꽃과 냉이 등을 심을 자리는 남겨 두고 해바라기와 호박씨도 심었다. 이것들은 싹이 나서 자라면 밭둑으로 옮길 것이다. 봄꽃들이 지고 나면 여름에 봉승아와 맨드라미 백일홍을 심어야겠다. 사시장철 꽃을 보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런데 더 기쁨은 이 꽃들을 직접 심고 가꾸는 기쁨이다


* 목련이 봄에 피울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당당하게 꿈을 키우는 것이다. 옛 선비들은 목련을 근설영춘(近雪迎春)이라 했다 눈보라 속에서 봄맞이 준비를 하는 꽃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꽃봉오리의 기품이 옥돌 같이 깨끗하고 고귀하여 옥수(玉樹)라 했고 그 향기로움이 깊어 꽃잎 한 장 한 장이 향기의 조각 같다 하여 향린(香鱗)이라 했다 또한 모든 꽃들이 햇빛을 향해 꽃을 피우는데 목련은 북쪽을 향해 핀다고 하여 북향화라고도 했다 한다 목련의 덕스러움 속에는 기다리는 봄이 왔음에도 세상 햇빛을 따라 치우치지 않고 봄이 되어 물러가는 북풍한설을 끝까지 배웅해 주는 넉넉함이 있다

 

* 입춘도 지나고 봄소식이 오니 날씨가 많이 풀렸다 오늘부터 월요일 밤이면 까치동산 집에서 하룻밤씩 자면서 기도하고 성경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밤이 깊도록 찬송도 하고 성경도 보며 기도하다가 정원에 나와 거닐곤 하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찬 바람을 쐬고 나면 오던 졸음도 물러가고 정신이 번적 든다 그러면 또 성경 보며 차도 마시고 묵상도 하다가 다시 정원을 거닌다 빛나는 별도 곱고 밤 기차가 지나가는 광경을 환상적이다 저절로 시가 씌어지는 영감을 얻는다

 

* 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산비탈에 자라는 아기 소나무 묘목들을 뽑아다 정원에 심었다

 

* 고창장에 가서 할미꽃과 상출을 사다 심었다. 할머니가 캐어다 약초로 파는 할미꽃은 뿌리가 굵고 새싹이 막 돋아나고 있어 심어 두면 곧 꽃이 피겠다.
 우리나라에서는 할미꽃이라 하나 유럽에서는 부활의 꽃이라 한다. 부활절을 전,후 해서 꽃이 필 뿐 아니라 핏빛 꽃이 고개숙이고 피는 모습이 십자가의 주님을 닮았고 가운데 노오란 꽃술은 생명을 상징하기도 하여 주님의 꽃이라 한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꽃이라 생각된다. 올 부활절에는 할미꽃을 보며 주님의 고난과 부활을 생각 하자

 

* 상출은 환약초로 그 뿌리가 향긋하여 차로 끓여 마시기도 하고 술을 담그기도 하는데 어머니 관절염으로 고생하실 때 고향산천을 돌아 다니며 많이 캐어 어머니께 달여 드리던 어릴 때 생각이 난다. 뿌리에서 빨알간 움이 트는 것을 정원에 심고 거름을 주었다. 이제는 어머니의 통증이 내게도 있는지 어깨죽지가 신경통으로 매우 아파 어머니처럼 상출을 달여 먹어야겠다. 옛 추억의 정이 든 약초를 가까이 심고 보며 어느덧 그 때 어머니의 나이를 내가 먹었음을 알고 세월 빠름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 춘삼월을 맞아 영춘화 매화 산수유는 활짝 피었고 수선화 튜립 할미꽃 민들래는 막 피어 오르고 백목련 자목련도 꽃망울이 막 벌어 진다. 개나리 진달래도 금방 필듯 물이 오르고 명자나무는 젖꼭지마냥 꽃망울이 부풀었다. 나무중에는 모과 나무가 제일 먼저 새삭을 티운다. 해송의 꼭지가 힘차게 치솟아 오르며 잔디밭에는 냉이꽃이 피고 이름모를 부드러운 풀꽃들이 다투어 핀다. 배나무, 복승아, 살구꽃, 동백도 잠에서 깨어 나려고 하고  목단, 영산홍, 자산홍, 철쭉들도 오월을 기다리고 있다. 백합 나리순의 끝이 벌써 뾰쪽히 올라 온 것도 있고 엉겅퀴는 힘차게 잎을 키우고 있다. 벌 나비들 잉잉 거리며 이렇게 봄손님이 가득히 찾아오니 올 봄 잔치도 풍성하겠다.

 

* 밤새 봄비가 많이 내렸다 정원 주변 빈 공간마다 녹차 묘목을 뽑아 울타리처럼 심었다 다른 것보다 빈 공간에는 전부 녹차 나무로 채워야 겠다

 

* 서럽토록 연약한 꽃 진달래가 만발했다. 전설에 진씨라는 나뭇꾼과 선녀 사이에서 태어난 딸 달래는 철부지적부터 너무 예뻣는데 새로 부임한 사또가 그를 탐내어 말을 안듣자 억울하고 서럽게 죽음을 당했다 한다 . 그 앳띤 처녀의 무덤가에 핏빛으로 연약하고 서러운 모습의 꽃이 피어 사람들은 이 꽃을 진달래라고 했단다. 철부지의 아름답다웠던 진달래. 그래서 코스모스가 사색과 우수에 잠긴 성숙한 여인과 같은 꽃이라면 진달래는 철부지한 게집애 같은 연약한 꽃으로 서럽다 못해 가슴가득 한이 맺혀 피를 토하듯 조선에 산하에 피어난다 그래서 이 서러운 꽃을 시인들은 노래하며 사랑해 주었나 보다

 

* 같은 꽃이라도 바위틈에서 핀 춘란이 더 아름답고 벼랑에 핀 진달래가 더 곱다. 고진감내(苦盡甘來)가 꽃들에게도 있나보다

 

* 모현 냇가에서 바위 형으로 생긴 혼자 겨우 들만한 돌을 차로 실어다 연못가에 놓고 그 돌 과 다른 돌 사이에 수선화와 민들래를 심었다. 바위 사이로 빠꼼이 내다 보며 피는 꽃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너무 귀엽고 이쁜 아기처럼 가슴을 설래이게 하며 봄소식을 가져다 준다

 

* 춘분이 지나 이미 봄이 완연해 졌는데 갑자기 아침에 먹구름이 끼더니 합박 눈이 쏟아 졌다. 춥지도 않은 포근한 날에 비가 오지 않고 눈이 내리는 것을 신기해 하면서도 막 꽃망울을 터트리는 목련꽃이 상할까 봐 물을 뿌려 눈을 씻어 주었다. 작년에는 날이 따뜻해 봄 목련이 빨리 피었다가 어느날 서리를 맞아 그 하얀 목련이 다 상해 버렸었다. 올해도 그렇게 될까 봐 마음 졸이며 목련에게 좀 기다리다 좀더 늦게 피렴! 하고 타일렀는데 갑자기 눈이 내려 얼마나 놀랐는지, 다행이 오늘 내린 눈은 포근하여 꽃을 상하지는 않았다

한 송이의 꽃도 피워야 하는 고운 시기를 잘 만나지 못하고 된서리를 만나면 일년동안 꽃을 위해 추위와 더위를 이겨 온 꽃나무의 수고가 허사가 되고 만다

 

* 물학독 둘과 절구통 둘을 사다 정원 여기저기에 배치해 놓았다. 오래되어 돌이끼가 끼어 있는 투박한 모습이 좋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꼭 있어야할 살림도구였는데 지금은 버린바 되어 골동품 집으로 모아져 이렇게 팔려 왔다. 같은 물이라도 돌그릇에 담겨 있으면 더욱 운치가 있다. 예산의 투박함이 함께 담겨 있어서 그런가 보다.

 

* 정원가에 심었던 진달래가 만발했다. 우리 산 어느 곳에나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만발하는 진달래. 이 가냘프면서도 아름다운 서러운 꽃 있어 조선의 산하는 더욱 곱고 서웠나니...

 

* 철쭉이 금방 필듯이 부풀어 오를 때면 머금은 꽃 모양이 촛불 같다. 여기저기 불 밝히듯이 촛불처럼 붉게 부풀어 오른 물오른 꽃들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이 세상에 꽃이 있음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봄이 기다려졌던 것은 꽃을 보기 위함이 아니던가? 소리없는 함성으로 피어나는 꽃들, 침묵의 아름다운 아우성을 들어보라

 

* 사람은 생존경쟁의 세상에서 늘 마음이 피곤해지고 지치고 상해 있다. 그리고 방을 닦지 않으면 더러워 지는 것같이 삶에 찌드는 마음이 늘 더러워 지기도 한다. 그 마음을 청결하게 해 주는 것이 자연 속에 있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자연을 즐기고 자연에 빠지는 마음을 가지면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하며 삶의 여유와 기쁨을 가질 수 있다. 꽃과 나무, 이끼낀 바위,시냇물,하늘, 바다,아침해,저녁달,별들,노을, 안개, 바람,구름,새, 물고기 동물,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사람의 마음을 맑게 씻어 주는 청량제이다

 

* 화단에 각종 산야초들이 솟아 올라 예쁜 잎을 피우고 봄꽃,산야초들은 수줍고 에쁜 꽃들을 피운다. 삿갓잎이 마치 갓을 쓰고 나타난 것 같이 가만이 솟아 올랐다. 어려서 깊은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이 삿갖잎을 따서 제기차기를 했었다.
 앵초는 화사한 꽃을 피고 새우란도 등을 구부리고 노오란 꽃이 올라온다. 노루귀와 하늘매발톱꽃나무 잎이 힘차게 자라고 제비꽃,양지꽃 뱀딸기꽃은 이미 만발하였다. 부귀영화 모란도 꽃송이가 부풀고 엉겅퀴는 서슬푸른 기세로 가시를 돋우고 각종 나리와 백합은 죽순처럼 솟아오른다. 도라지, 잔대, 용담도 부쩍 크고 돈나물과 인동초 더덕은 순을 뻗어 땅차지 하기에 전력한다

 

* 동백꽃속에 청개구리가 쉬고 벌들은 아예 꽃속에서 살림을 차렸나 보다. 나비들은 이리저리 부지런히 날아 다니고 무당벌래도 진딜물 사냥을 나왔다. 탱자나무꽃이 아얗게 피고 배꽃도 만발하여 이화에 달빛을 담기에 어울리게 되었다. 흰빛을 겨루고 모과나무와 애기배나무에도 화사한 꽃이 피었다. 영산홍 자산홍은 친정에 오는 새색시인양 화려한 얼굴을 하고황매도 노오란 화장을 짙게 했다. 분설화는 눈가루처럼 흰 꽃잎을 날리고 할미꽃은 백두옹의 위용을 나타내고 민들래 꽃씨가 하얗게 맑은 종소리처럼 나른다

 

* 골담초 노란꽃이 만발하여 가느다란 가지가 개나리처럼 휘어진다. 머금은 꽃은  노란 예쁜 버선같고 달콤하고 향기가 있어 어렸을 때에 많이 따 먹었다. 고향집 장광 돌담밑에 골담초꽃이 반발할 때면 그것을 따서 소꼽놀이하며 무던히도 좋와 했었다. 이제 그 향기롭고 몸에 좋다는 꽃을 따서 술을 담았다 맑은 유리병, 술위에 떠있는 꽃도 이쁘고 정겹다. 한 삼년 묵혀서 그 향기로 친구를 부르리라

 

* 아직 오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장광 옆에 옮겨 놓은 모란이 소복히 피었다 검붉은 모란이 복스럽게 피어 과연 꽃의 여왕같은 면모로 부귀영화의 상징이 될만하다. 그런데 이 화려한 꽃은 너무 빨리 지고 만다 그래서 내 고향 시인 영랑은 모란을 두고 그렇게 서러워 했나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아들과 함께 장미를 심었다. 밑부분 두텁고 가시가 강하다. 그러나 이제 촉터 오르는 새싹은 부드럽고 이쁘다. 장미는 계속 피기 때문에 꽃을 오래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그 꽃의 아름다움과 가시의 오만함을 누가 함부로 대하랴? 과연 장미, 장미로 피어라

 

*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기쁘게 하자고 아들과 고사리를 꺾었다. 욕심장이 아내는 식구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는 일이라면 눈에 불통이 튄다. 고사리는 섬유질이 많으니 먹어야 된다 냉이는 간에 좋으니 많이 먹고 민들레는 위장에 좋으니 먹어야 하고 쑥국에는 양기에 좋은 엉겅퀴 순을 넣어 먹어야 한다. 치나물은 무조건 몸에 좋고 꼬들배기 김치는 말할 것도 없단다. 두릅은 나물 중에 왕이고 미나리는 냇가의 불미나리가 좋고...
 그런대도 흰머리가 늘어 가고 주름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 찻잎 따는 시기가 되었다 곡우 전에 따야 우전차로서 최고의 맛을 낸다고 하니 아내와 함께 차밭에서 한나절을 녹차 따는 일에 전념했다. 대밭에 부는 산들 바람을 맞으며 찻잎 따는 재미가 쏠쏠하다 귀엽게 솟아 오르는 순을 따서 바구니에 넣지만 좀체로 그릇은 차지 않는다 그래도 아내와 살아온 애기, 자식들 장래 애기들을 하하면서 노래도 하면서 상당히 많이 따 왔다. 녹차를 쪄서 말리고 볶을 때 구수한 향기는 내 인생을 향기롭게 한다. 녹차를 만든 날짜를 적어서 봉지에 넣어두고 일년동안 즐겨 마시는데 언제나 제일 먼저 딴 녹차는 귀한 손님들과 마신다 올해는 누가 햇차의 첫 손님으로 오실지 궁금하다.


* 5월이 되니 난리가 났다. 온통 정원이 꽃천지가 되어 꽃피는 아우성 소리에 꽃멀미가 날 지경이다. 화려한 자태를 그 무엇도 따라 올 수 없는 영산홍, 철쭉, 모란,그 아름다운 빛갈들의 한들거림 앞에 어찌 눈이 어지럽지 않으랴? 등나무 꽃의 축축 늘어진 자태와 그 향기는... 솔로몬 궁전의 커텐이 이토록 아름다웠을까? 이름도 다 외울 수 없는 각종 산야초들,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소나무 꽁지, 좋다, 너무 좋다. 이 보다 더 좋은 세상이 있을까?

* 탱자꽃이 진 자리에는 탱자열매가 맺히고 배, 사과꽃이 진 자리에는 배와 사과 열매가 자란다. 복승아, 자두, 산수유 열매도 맺히고 모과꽃에도 열매가 간간이 꽃 뒤에 맺혀 있다. 늦잠꾸러기 석류는 이제사 새 싹을 틔우고 감나무는 잎은 자라되 아직 꽃이 보이지 않는다 

더덕 순이 물씬 냄새를 풍기며 아무 나무에나 휘감아 돌고 땅두릅이 먹을 만치 순이 통통하게 올랐다. 엉겅퀴도 벌써 꽃이 머물어 나비와 벌 손님이 찾아왔다. 동백꽃은 눈물처럼 떨어지고 또 피어난다. 가는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필만한 꽃은 다피고 찾아올만한 곤충들은 다 찾아오니 이토록 봄잔치 무르익은 산하는 비온뒤 더욱 깨끗해 졌다

 

* 임계신 밤에 씨 뿌렸네 눈물로 밤을 세웠네. 처음만나 맺은인연 일편단심 민들레야...
 기다리다 기다리다 일편단심에 하애진 민들레는 이제 바람 타고 임 죽은 자리로 날아간다.
 초봄의 전령 민들래는 9가지 덕목을 갖추었다고 했는데 봄 생명의 상징으로 밟혀도 밟혀도 안죽는 忍. 뿌리를 캐도 싹이 돋는 剛. 차례로 꽃을 피우는 禮. 사람에게 씌임받는 用.  벌,나비를 모으는 情. 젖을 내는 慈. 머리를 검게하는 孝. 병을 고쳐 주는 仁. 바람타고 날아가는 勇. .....긴 세월 하루같이 하늘만 쳐다보니 일편단심 민들래야

 

* 할미꽃. 백두옹이라 했던가? 오히려 빛갈이 곱던 청춘의 때는 고개를 숙여 보내고 허연 머리 은빛 날리며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허허 세상 참 허무한 것 아니던가? 노인의 웃음처럼 인생을 말한다. 인생들아 권세, 부귀영화 아무 것도 아니니 욕심 버리고 허허 웃고 지나가거라.

 

* 모과 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먼저 잎이 핀다 잎이 어우러 지면서 나무 둥치의 수피가 옷을 벗으며 그름무늬로 변한다 고목이 되도 더욱 푸른 무늬의 색깔을 지닌 모과나무는 늙음이 없는 나무이다

 

* 지난 5년 동안 줄곶 나무를 심었다.
 녹차 나무는 자생하여 늦가을에 하얀 꽃을 피워 겨울을 맞고 소나무 대나무 전나무는 주변에 지천으로 자라고 봄 진달래를 비롯 산벗꽃 나무들이 많으니 그 외에 여러가지 나무를 심고 또 심었다. 세상에서 나무를 심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가? 심어 논 나무가 나라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찻잎 따는 시기가 되었다 재배 차는 곡우 전에 따야 우전차로서 최고의 맛을 낸다고 하나 자생하는 죽로차는 입하시기가 되어 일창이기로 올라와야 제 맛이 난다 아내와 함께 차밭에서 한나절을 녹차 따는 일에 전념했다. 대밭에 부는 산들 바람을 맞으며 찻잎 따는 재미가 쏠쏠하다 귀엽게 솟아 오르는 순을 따서 바구니에 넣지만 좀체로 그릇은 차지 않는다 그래도 아내와 살아온 애기, 자식들 장래 애기들을 하하면서 노래도 하면서 상당히 많이 따 왔다. 녹차를 쪄서 말리고 볶을 때 구수한 향기는 내 인생을 향기롭게 한다. 녹차를 만든 날짜를 적어서 봉지에 넣어 두고 일년 동안 즐겨 마시는데 언제나 제일 먼저 딴 녹차는 귀한 손님들과 마신다 올해는 누가 햇 녹차의 첫 손님으로 오실지 궁금하다.
                                      
* 차나무는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 크는 작물이며 차라리 관리를 하지 않아야 고급의 차잎을 생산할 수가 있습니다. 녹차 중 가장 우수한 녹차는 죽로차라고 하죠 바로 대나무 밭에서 자란 차잎을 가지고 가공한 것을 말하는데 대나무 밭에서 자랄 수 있는 유일한 나무가 바로 차나무입니다 대밭에서는 어느 식물도 자라지 못하는데 그 곳에서 자란다는 것은 극도의 나쁜 환경에서 자란다는 뜻이요 바로 녹차나무는 관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원래 녹차나무는 병충해가 덤비지 못하는 작물인데 뿌리역시 직근이라 깊이 직선으로 자라기 때문에 이식도 되지 않으며 돌밭에서도 잘자라는 특이한 나무인데 집단적으로 재배하면서 과잉관리를 하다보니 간혹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 자생차 일창이기
 자생차를 만들기에 적당한 찻잎이 자라는 시기는 입하 전,후가 되어야 하는데 이는 대략 5월 중순이다 이 때라야 찻잎이 완숙한 일창 이기로 나고 그 완숙한 찻잎이라야 향,색,미가 온전히 들어 날 수 있다

* 제다
  찻잎에 묻은 산성비와  공해(황사먼지등),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는 찻잎을 따서 뜨거운 물이나 증기를 통과 시킨 후 물기를 털고 솥에 볶거나 말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동다송171.참조(정영선편역)
 (일창이기 잎을 따서 두번 헹구어 내고 비닐봉지에 세웅쿰 정도씩 느즌하게 담아 전자랜지에 찐 다음(2분30초) 물기가 가실만 하게 서너 시간 그늘에 널었다 처음 뜨겁게 달군 솥에 덖고 비비고 다음은 불을 은은하게 하여 덖고 2번 비비고 덖기 반복 마지막 볶아서 밀봉하여 보관 )

* 여름차
 7월말에서 8월 초순이 되면 대게 장마가 끝나고 차나무는 가지 끝에 봄보다 더 조그맣게 순을 돋아 낸다 이 때의 찻잎은 봄에 나는 찻잎보다 자색 빛이 역력해서 작설 즉 참새의 혓바닥에 더 가깝다
 봄차는 봄차만의 여리고 부드러우면서도 그윽한 향과 맛이 있고 여름차는 봄차보다는 떫은 맛이 더 있긴 하지만 향이 더 짙고 깊어 봄차와는 사뭇 다른 매력이 있다
진실로 차맛을 알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여름차는 흉내 내기도 힘든 귀한 차이다 가을 이후 봄차와 여름차 중에서 어느 것을 마시겠느냐 하면 차를 아는 사람은 으레 여름차를 선택한다
지허. 차 107
* 보관
차를 잘못 보관하거나 차게 해서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차의 성질이 본래 냉한 것이기 때문에 서늘하게 보관하고 여름에도 차는 꼭 물을 끓여서 마셔야 궁합에 맞다. 131
* 끓이기
 다관에 차를 넣으면 끓인 물을 주전자에서 유발에 일단 부어 한 김이 나간 다음에 다관에 붓는다 자생 덖음 차는 찻 물의 온도에 상관하지 않는다  다관 속에 찻 잎은 따뜻한 물에서 수분을 흡수하여 천천히 말린 몸을 풀면서 농축되었던 차 성분을 내어 놓는다 잠시 후 1분쯤 지나서 다관 속의 잘 우러난 차를 유발에 다시 붓고 찻잔에 나누어 따른다

* 마시기
 격식을 지나치게 차리는 것보다는 편하게 마신다
오감,물 따르는 소리,색,향,맛,잔의 감촉

* 황목련인가? 모란이 피고지는 5월에 연초록 잎을 싸고 흰소복을 입고 파리하게 연약한 모습으로 피는 꽃이다. 연초록의 흰색에 약간의 연노란색이 무언가 금방 서러운 울음이라도 토해낼 것 같은 모습이다. 오래 기다리다 울어지친 것같은 이 목련을 두고 밤새워 두견새가 울고 있다.

 

* 산에서 치나물을 뜯고 뿌리를 캐어다 녹차밭 고사리밭에 심었다. 이렇게 몇뿌리만 심어두어도 꽃이 피고 씨가 떨어지면 치나물은 지천으로 번진다. 작년에 심었던 더덕에서 힘차게 순이 뻗어가 더덕밭을 이룬다.

 

* 달님이(딸의애칭)가 고사리 꺽는데 재미가 붙었는지 고사리 밭에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른다. 어린이 주먹쥔 손모양 귀엽고 탐스럽게 올라오는 고사리 순을 꺽다 보면 금방 바구니가 찬다
 햇고사리로 생선찌개에 넣어 잘끓여 놓으면 그 맛이 일품 아니던가. 올 고사리는 유난히 맛있겠다.

 

* 녹차의 계절이 와서 비를 맞으면서도 우산을 쓰고 차잎을 따는 재미에 빠졌다. 작설차라 하여 새 혓바닥 만큼씩 올라온 찻 잎을 따서 깨끗한 물에 행군 다음 전자랜지에 한번 쪄서 물기가 약간 가실만큼 널어 두었다가 두꺼운 쇠솥에 불을 달구고 녹차를 볶으면 구수한 녹향이 집안 가득하다. 이렇게 볶았다 널었다 오륙번 반복하여 꼬들꼬들하게 습기가 완전히 없어지면 햇차가 된다. 대나무로 된 차 숫갈로 찻잎을 떠서 다기에 담고 맑은 물을 70도정도 끓여 부어 얼마간 기다렸다가 상수리나무 접시 위의 쑥색 찻 잔에 차를 따르면 맑은 물소리도 좋거니와 연초록 맑은 녹차 색갈이 너무 곱다. 코끝에 스치는 다향, 혓바닥에 닫는 감촉, 입안 가득히 머금어지는 차맛은 마음까지 맑게 해 준다. 역시 까치동산 아내가 만든 녹차는 최고의 멋과 맛이 들어 있어. 마주 앉아 곱게 마시는 녹차시간에 행복이 잔잔히 스며든다. 나중에 은퇴 후 내가 살 집 녹향정을 지어 벽난로에 장작 불을 지피며 아내와 함께 마주 보며 차를 마시면 얼마나 행복할까? 늘 내 노년의 그럼 모습을 상상하며 마음의 행복을 쌓는다.


* 차의6덕
장수하게 한다(便人壽修) 병을 없이 한다(便人病己) 기운을 맑게 한다(便人氣淸) 마음을 편케 한다(便人心逸) 신선같게 한다(便人仙) 예의롭게(便人禮)한다

* 백목련을 아래 과수원 모과 나무 옆에 나란히 옮겼다. 한겨울에도 부풀어 오르는 꽃봉오리를 볼 수 있고 이른 봄에 덕스럽게 피는 목련은 잎도 깨끗하고 넓어서 여름에 그늘도 좋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다는 노래가 있던가? 목련은 가을에 낙엽지는 잎도 차고 차곡 떨어져 쌓이는 것이 품위가 있다. 목련은 사계절을 두고 감상 할 수 있는 좋은 나무이다.

 

* 5월14일 무지개 연못에 올들어 처음 수련이 핀 날이다. 진흙탕 속에서 저렇게 예쁜 꽃이 핀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연못에 노니는 잉어들도 꽃이 피어 신나는지 헤험치는 꼬리가 힘차다. 이제 피기 시작한 수련은 10월까지 계속 피고 질 것이다. 빨간색은 아직 피지 않고 하얀색 꽃이 세송이 피었다. 수련이 단연 귀히 보이는 것은 진흙 속에서 올라와 피우는 아름다움이 있는 까닭이리라.

 

* 수련이 피는 때를 맞취 연못가의 제비붓꽃이 청순한 보라색 모습으로 곱게 피어 오른다
이 꽃에 이어 비슷한 꽃창포가 연이어 필 것이다. 연못 안의 수련과 연못가의 붓꽃은 너무 잘 어울린다. 거기에 벌과 나비가 날아드니 청산은 날처러 꽃처럼 고우라 하고 나비처럼 여유 있으라 한다.

 

* 아카시아꽃이 만발하여 간 곳마다 그윽한 향기로 멀미가 나겠다. 푸르름으로 덮힌 산에 언제 자랐는지 아름드리 아카시아 나무들이 하얀꽃을 토해내어 오월의 운치를 한층 더 아름답게 해 준다. 산들바람도 이제 초여름의 귀한 손님으로 스쳐오고 개구리 울음소리 모내기를 재촉한다. 땅까시라고 하는 들장미도 흰 꽃에 향기를 토해내며 아카시아와 경쟁을 벌인다. 가시나무라고 원수로만 알던 나무들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꽃과 향기가 있음을 알아 주어야 하리라.

 

* 목단이 지고 난 후 작약이 핀다. 부귀영화의 상징처럼 화려하고 넉넉한 목단은 그 화려함이 너무짧아 서럽다. 그 꽃잎 지는 것이 허전했는데 그 자리를 메우려고 작약이 그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특히 뜰에 단 한 송이 피어 있는 백작약은 그 소복하고 하얀 꽃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워 보인다. 누구를 조상하는 넋인가? 오월의 상복을 입고 우는 저꽃은?

 

* 해당화가 붉게 피어 찔레꽃과 더불어 향기를 짙게 풍긴다. 해당화는 바닷가 모래톱에 피어야 제격인데 어찌 어찌 여기까지 날아와 자리를 잡아 핀다. 도로가 언덕배기에 축축 늘어지면서 피는 찔래꽃은 소쩍새 우는 5월의 꽃이다. 어렸을 적에 모내기 하는 논에 못밥 먹으러 가다가 찔래꽃 순을 따먹던 시절의 아득한 추억이 어린다

 

* 오래 가물었던 대지에 단비가 내린다. 비에 촉촉히 젖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참 행복하다. 비를 맞아 싱그럽게 생기를 돋우는 나뭇잎, 오래 매마르다 내리는 비에 흠벅 몸을 적시는 바윗돌, 말랐던 몸에 생기가 돌며 이끼들이 파랗게 살아난다
 멀리 날으는 학이 산허리 구름속으로 사라진다. 꽃들은 비에 젖어 무거워진 머리를 숙이고 허리가 휘어진다. 개구리들이 비가 올 줄 미리 알고 비오기 전부터 모이라고 울고 불고 하더니 저희들의 예측대로 비가 내린다고 예언이 적중되었다고 신나서 난리다. 지렁이도 비에 몸을 씻으려고 나와서 어스렁 거린다. 언제나 한가하고 고요한 평화가 전원에 있다

 

* 오월이 되니 장미가 피기 시작한다. 겨울에 몸이 상하지 않게 짚으로 싸주고 이른 봄에 퇴비를 주었더니 올해는 한껏 꽃이 곱게 핀다. 핏빛으로 피는 흑장미, 주황,노랑,흰장미 모두 아름답고 예쁘다. 서슬푸른 가시를 날새워 아무도 접근을 못하게 하고 그 아름다움으로 꺽고 싶은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 정원 연못가 탱자나무에 처음으로 탱자가 두개 열렸다. 흰꽃이 이쁘게 피더니 어느새 조그만 푸른 열매를 달아 나를 반겨 준다. 가시나무 밑에서 자라는 백합이 꽃도 피기 전에 잎파리가 가시에 상했다. 조심스래이 탱자나무 밑가지를 잘라 주었다. 백합이 필 때까지 상하게 하지 말고 가시 그늘로 보호해 주어라. 바람이 불어도 찌르지 말고 ...

 

* 해송의 순이 얼마나 힘차게 올라 오는지 족히 1미터는 넘겠다 소나무를 마음껏 자라게 가지를 아래만 치고 크게 키워 낙락 장송을 만들려 한다 그래서 정원이 나무 그늘의 깊은 그림자에 묻히도록 연목 위의 소나무는 연못에 솔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자랐으니 내가 은퇴하고 돌아 올 대는 아름들이가 되겠다

 

* 일을 해 놓고 비가 내리면 참 좋다. 조경을 하고 나무를 옮겨 심고 난 후 비가 촉촉이 내리니 경치가 한결 아름답다 아내와 우산을 쓰고 여기저기 정원을 감상하며 국화를 꺾꽂이하여 심고 흑장미와 노란 장미와 줄장미도 심었다. 이제 맨드라미와 봉승아가 나면 옮겨 심어야 한다 꽃 대궐을 차린 임금님처럼 행복한 마음이다

* 장광에 물확독을 하나 놓고 나중에 샘을 파면 물을 받아 쓰게 하려고 아래 정원에 있는 물확독을 윗 마당가 장광으로 옮겼다 혼자 낑낑거리고 굴리고 뒤집고 하면서 앉은뱅이 리어거에 싣어 올리는데 진담이 나고 허리가 아프고 했지만 제자리에 옮겨 놓으니 기분이 좋다 아내는 괜한 힘을 쓴다고 성화지만 즐겨 하는 일에 맛이란?

 

* 시내에 나가서 일을 보고 난 후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화원에 들려 꽃을 구경하고 웬만하면 사 온다. 특히 의외의 수입이 있을 때는 꽃이나 나무를 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오늘도 시내에 나갔다가 화원에 들려 노란 장미를 한 그루 사고 토종 백합이라는 향기가 진한 백합을 여러 개 사 왔다 화분에서 백합은 이미 져 상품가치가 떨어졌으므로 싸게 팔았다 그러나 나는 정원에 심어 해마다 보려고 하니 그냥 반갑기만 했다 꽃밭에는 장미 백합, 나리가 많이 있지만 오늘 백합을 또 듬북 심고 나니 기분이 더없이 좋았다

 

* 화원을 지나가다 이미 꽃이 시들어 돈 가치가 떨어져 화원 앞에 버려진 카네이숀을 모두 주워 왔다. 주인은 꽃을 길바닥에 버려 차가 갈리고 하는데 내가 주워 가니까 꽃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지 비닐 봉지를 내주며 올해는 팔리지 않고 시들어 버렸지만 화단에 심으면 예쁘게 필 것이라고 했다. 정원 꽃밭에 심고 물을 주며 “너희들 나 아니었으면 말라서 죽었을 텐데 내 눈에 띄길 참 잘했다 이제 여기서 살면서 해마다 예쁜 꽃을 피워라” 하고 속삭여 주며 엄청난 일을 해 낸 것처럼 우쭐했다 하기야 그 꽃들은 죽음에서 살아난 엄청난 일을 겪은 거지.

 

* 노오란색 나리가 피었다 그 빛깔이 얼마나 찬란한지 마치 음악이 흐르는 것 같이 아름다웠다  “꽃밭이 온통 너 하나로 인하여 낙원처럼 아름답구나” 하고 칭찬을 해 주었다
 일년에 단 한 차례 짧게 피고 지는 이 꽃이지만 이 아름다움을  잠깐 보이려고 겨울 눈보라 속에서 꿈을 키워 왔겠지, 잠깐 피고 지니 더욱 아름다운 것이지 지지 않고 계속 피어 있으면 무슨 아름다움이겠는가? 오늘은 이 노란 나리로 하여 내 인생이 즐거웠다고 말하리라

 

* 잘 영글어 익어가려는 매실을 땄다 매실 열매는 토종처럼 작은데 농약을 안해서인지 빛갈이 곱진 못했다 매실을 설탕에 담가 여름동안 시원하게 물을 타서 마시고 속이 거북하거나 소화가 안될 때도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신다. 올해는 모과도 상당히 열리고 매실도 잘 열려 마음도 풍요로워 지는 기쁨이다

 

* 늙어 좋은 벗 하나 천금과도 바꾸지 않는다는데 내 정원에는 나를 끝까지 떠나지 않는 벗님들의 향기가 있다 매,란,국,죽 사군자에 소나무, 동백, 매화, 목련, 한 겨울에도 서슬 푸른 윤기를 내는 호랑가시나무, 모과, 석류, 감나무, 배나무, 봉승아 평생을 나와 함께 해줄 좋은 벗들이다

 

* 세상사는 동안 돈 잘 버는 재주나 출세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나는 늘 뒷 처져 사는 것처럼 주눅이 들 때가 있다 흔해 빠진 외국 나들이 한번도 못해 보고 지금까지 살아 왔으니.... 그런데 정원에만 있으면 내가 다스리는 내 왕국에 왕으로 있는 것처럼 신나고 행복하다. 내가 가꾸고 다스리는 영토. 돌에서 꽃잎하나 나무 한 포기까지 모두 내가 다스리는 곳에 벌 나비 개구리들이 이민와서 살고 여름에는 잠자리 반딧불들도 �아 온다 땅속에는 지렁이와 개미 벌레들이 살고 주님께서 아담에게 에덴을 주시듯 내게 까치동산을 주셨으니 아름다운 자연의 나라를 건설해 가자

 

* 봄이 왔다지만 아직 바람이 찬데 동백은 꽃망울을 터트린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동백을 추운 겨울에도 만날 수 있다 하여 세한지우(歲寒之友)라 했다 동백꽃은 애절하게 남쪽바다 고향을 그리는 꽃으로 늘 노랫말에 불려 왔다. 짙푸른 잎과 새색시의 입술같은 붉은 꽃잎, 저고리 같은 노란 꽃술, 더구나 시들지도 못하고 떨어지는 애절함이란 젊은 죽음처럼 안타까움이다. 특별히 전지를 해주거나 가꾸지 않아도 아름다운 모양으로 스스로 자라는 동백을 더 많이 심어 노후에 벗이 되게 하려 한다

 

* 어제 곡우에 비가 흠북 내려 올 농사가 풍년 들것을 예고했다 차나무에 순이 올라 첫번 순을 따서 차를 만들었다. 차 만드는데 여러 가지 주장들이 있지만 우리가 차를 마셔 본 결과로는 차 순을 따서 깨끗이 헹군 다음 전자랜지에 한번 쪄서 물기를 약간 말렸다가 덖는데 은은한 불에 솥을 달궈 칠,팔번 덖고 비비고 해서 완성 시킨다. 찻잎을 바로 덖어 보았으나 맛이 쪄서 덖는 것만 못하여 반드시 져서 덖는다. 올해도 햇차를 마시니 그윽한 향이 신비로워 신이 내린 음료라는 말이 합당함을 느낀다

 

* 곡우에 따는 일창이기라 했다 창 하나에 깃발 둘을 매단 것처럼 가운데 갖 말아져 올라온 창 끝 모양의 잎과 두개의 반쯤 펴진 깃발 같은 잎. 같은 두 잎이라도 곡우 시기(4월20일 ~ 5월5일)를 넘기면 우전 특유의 연두빛 색과 그윽한 맛이 사라 진다고 한다. 그런데 곡우보다 먼저 명전이라 하여 청명시기에 딴 차는 더 맛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는 야생차는 언제 딴 차라도 연하고 강한 향이 그냥 좋기만 하다

 

* 5월 들어 날이 더워지니 찻순이 따내도 금방 자란다 차를 마실 때 명전차니 곡우차니 세작이니 중작이니 대작이니 하며 구별들 하지만 우리 까치동산의 야생차는 어떤 것을 마셔도 그 향이 좋아서 굳이 구별하지 않고 마신다. 일년동안 마실 차를 마련해 두면 농사지어 양식을 저장해 놓고 겨울을 맞이하는 농부처럼 마음이 흐믓하고 좋다

 

* 모란이 서럽도록 덕스러운 모습으로 함박 피었다 꽃잎이 너무 연약하여 건들기만 해도 스러질 것 같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넉넉한 꽃이라 여인네들의 수놓은 것마다 모란이 들어 가는데 그 부귀영화란 것 또한 한때 피었다 사라지는 서러움이 아니던가 모란을 보고 울어 버렸다는 시인도 인생의 허무함을 이 꽃에서 보았기 때문일까? 부이무교(富而無驕)라 했던가 넉넉하나 교만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는 모란을 선인들은 꽃 중의 여왕이 했다

 

* 신록의 계절로 접어드니 온 산하가 초록으로 물들어 너무 아름다움에 미칠 지경이다. 잎이 피어날 때는 병충해도 없고 그저 아름답고 싱그럽기만 하다 그래서 속잎 필 때 나무들은 독이 전혀 없다고 했던가 이제 여름의 태양과 비바람이 몰아치면 이 아름다운 잎들도 찢기고 상하며 벌레 먹고 병들고 하다가 낙엽이 질 것이다 인생 또한 그런 것 아닌가

 

* 짙고 푸르른 잎으로 번져 가는 나뭇잎도 아름답지만 힘차게 올라오는 소나무 송순 또한 상서러운 기운이 도는 것 같다 배고픈 시절에는 따 먹고 � 버무러기도 해 먹었다 솔나무  속 껍질과 쑥은 너무 가난한 사람들이 맨날 먹고 똥이 볶아져 똥구멍 찢어 지게 가난하단 말이 나왔다고 한다 욱어진 정원의 솔가지를 정리하여 잘라 주고 송순도 다듬어 모양을 내 주었다 소나무는 언제 보아도 듬직하고 아름답다

 

* 참외와 오이, 모종을 사다 심었다. 호박씨를 심은 자리에 통통하게 호박싹이 올라왔다. 장마가 시작되면 오이가 쑥쑥 자라게 되는데 싱싱한 오이를 다서 아삭아삭 씹어 먹는 재미가 있다. 호박은 작년에도 큰 것 두 개를 땄는데 겨울동안 거실에 두고 감상을 잘 했다. 참외는 아내가 좋아하는 과일이라 더 잘 키워야 한다.

 

* 올해도 햇 차를 식당에서 쓰는 작은 비닐 봉지로 여섯 개 정도 덖어서 냉장고에 보관 했다. 차를 덖어서 가는 얼개미로 쳐서 나온 가루를 말차로 타서 맛보니 향기가 진하고 아주 좋아서 지금은 이 말차를 즐겨 마신다.

 

* 물 안개가 자욱한 아침, 먼 산 윗 봉우리만 조금 보이는데 그 사이로 희미하게 아침 해가 떠 오른다 촉촉이 맺혀 있는 이슬방울에 갓 피어난 붓꽃이 청순하다 보라색이 먼저 피고 그 다음에는 노랑과 하얀 색의 꽃이 핀다. 봄에 뿌려 놓은 도라지들이 싹을 틔어 자라고 죽순같은 백합은 키가 훌쩍 커 버렸다. 석류도 이제 꽃 봉오리를 맺기 시작 하고 매화는 벌써 매실이 자라가고 있다.

 

* 항 다반사(恒 茶飯事)란 말이 있다. 차 마시고 밥 먹는 일은 항상 보통으로  있는 일이란 말인데. 사람이 밥만 먹어서는 안되고 밥과 함께 차를 마셔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밥은 육신의 배를 채우고 차는 생각의 가슴을 채워 주는 것이니 밥만 먹고 살 것이 아니라 생각도 함께 먹어야 한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오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 것"이란 말씀도 하나님을 생각하는 가슴을 채우란 말이 아니겠는가? 성경을 읽어 영혼의 생명을 채우고 밥을 먹어 육신의 배를 채우고 차를 마시며 생각의 가슴을 채우자

 

* 저녁에 정원에 있는 네모난 방석 돌에 누워 하늘을 보니 구슬을 뿌려 놓은 듯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별자리래야 북두칠성 삼태성 은하수 정도밖에 모르지만 이제 내가 느끼는 대로 별자리의 이름을 지어볼까 한다. 먼저 제대로 대접을 받아야 할 별은 초저녁에 서쪽하늘에 나오는 별인데 옛 할머니들은 저녁밥 먹을 때 밥 얻어 먹으러 나온다고 해서 거지별이라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아름답고 큰 별의 이름을 영롱성이라 지어 부르기로 했다. 천한 거지별에서 영롱성이란 아름답고 귀한 이름으로 승격을 했으니 모두 축하해주며 그렇게 불러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까치동산은 동쪽으로 둘러 있어 아침 해가 빨리 뜬다. 다섯 시인데 벌써 동이 튼다. 상쾌한 기분으로 문을 열고 나오니 대숲에서는 새소리들이 요란하다 아침부터 부부 싸움이 났는지 까치들이 야단이고 내 노래를 들으며 화해 하란 듯이 뻐꾸기가 아름답게 노래 한다. 참새들을 재잘거림이 정답고 연못에서는 비단 개구리들의 속삭임이 물소리와 어울러 진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하루종일 들으면 싫증이 날 터인데 자연의 소리는 싫증나는 법이 없다

 

* 연분홍 바탕에 진한 무늬가 줄점박으로 새겨진 여러 개의 꽃이 피고 잼피향 같은 진한 향이 나는 꽃이 있어 뜰에 심고 이름을 몰라 궁금했는데 백과 사전에 보니 백선이라는 다년초라 나와 있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구충 황달 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 연못에 우렁이를 몇개 넣어 두었는데 알을 나아 새끼를 쳤는지 연못 돌에 긁은 우렁들이 많이 붙어 있다 물이 깨끗해서 다슬기도 서식을 한다 이 작은 연못에도 여러가지 생명체들이 한 세상을 이루고 있는가 보다

 

* 꽃집을 이집 저집 다니다 점박이 나리백합을 발견하고 몽땅 사다 연못 위 화단과 탱자나무 밑에 심었다. 모양도 아름답고 향기도 그만인 나리백합은 정원을 환하게 해 주는 것 같다. 해마다 잘 피어 나 늙을 때도 향기를 맡게 하라

 

* 장광 옆 석류나무 화단에 토종 딸기 모를 구해다 심었다 하우스에서 기르는 달기를 많이 심었는데 하우스에서는 굵게 잘 열리나 노지에서는 알이 전혀 굵어 지지 않는다 그래도 아내는 그것을 따다 우유에 몰아 맛있게 먹는다 이제 토종 달기가 내년부터 늦봄의 간식으로 인기를 끌 것이다

 

* 우물가의 앵두나무에 앵두가 발갛게 익었는데 주렁 주렁 열려서 보기도 이쁘고 맛도 그만이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하는 노래가 있는데 옛날에 너무 이쁜 앵두를 보면 시골처녀들의 마음이 들떠 버렸던가 보다

 

                                   여름

* 잼피향 같이 진한 향을 풍기는 야생화가 있어 캐다 심어 놓고 이름을 몰라 궁금 했는데 백과 사전에서 보고 백선이란 약초임을 알았다. 꽃나무는 단 두 그루지만 풍기는 향은 온 정원에 가득하니 참으로 귀한 꽃이다

 

* 작년에 무리하게 옮겨 심었던 모과나무가 죽어 버린 줄 알고 안타까워 했는데 6월이 된 지금에야 싹이 겨우 터 나온다 "살아줘서 고맙구나" 미안하고 안스런 마음에 물을 주면서 나무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함부로 나무를 옮기지 않기로 다짐했다

 

* 구상나무와 비자 나무가 새파랗게 새 싹이 어울러 지면서 부쩍 큰 것 같다 향기가 좋은 비자나무는 너무 못이 커서 항상 그대로인 것 같더니 이제 제법 고태 나는 나무형태를 갖추어 간다 언제나 심겨진 제자리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어 내는 나무는 우리 인간의 스승이다

 

* 한 차례 비가 지나간 뒤 죽순이 탐스럽게 나와서 캐어다가 연못에서 잡은 우렁이와 함께 회를 만들어 밥상에 올렸다 싱싱한 맛이 담백해서 기분이 좋고.

 

* 까치동산에서 밤에 자다가 정원을 산책할 때는 일부러 정원에 불을 켜지 않는다 달빛이 있으면 은은한 달빛으로 좋고 달이 뜨지 않을 때는 멀리 동네의 가로등 불빛과 별빛만으로도 좋다 해가 지고 어두움이 내리는 것은 안식의 시간을 주시려는 주님의 뜻인데 현대인은 그 귀한 어둠의 시간도 불로 밝혀 안식하는 마음을 잃게 한다. 옛날처럼 어둠컴컴하고 으시시한 풍경을 즐겨 보라 얼마나 감미로운가 더구나 안개가 흐르는 밤이면 멀리 가로등 마져 안개에 가리워 운치가 더한다

 

* 여름 태풍에 뒷 뜰 바윗돌이 다섯 개가 밀려 버렸다 그 중에서 보기 좋은 돌을 가져다 연못 위에와 윗 뜰 정원에 조경을 했다 해 놓고 보니 마음에 들어 차라리 무너져 내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 실패 했을 때 그것을 기회로 더 좋게 해내는 지혜를 배웠다

 

* 오늘밤은 구름이 흐르고 구름 속에 달이 같이 흐르며 숨박꼭질을 한다 모내기가 에 난 논에서는 개구리 합창이 계속되고 반딧불들로 아직 날지 않고 불을 켜고 풀숲에 숨어 있다

 

* 백합이 축포처럼 터지면서 향을 토해내니 정원이 백합 향기가 가득하다. 여러 가지 백합 중에서 나팔백합으로 등에 커진 갈색 무늬가 칠해져 있고 갓 필 때는 꽃잎이 노오란 색으로 두겁게 피어 희게 되며 꽃술 끝이 커피색인 야생미 넘치며 향기가 진한 백합과 점박이 분홍으로 피며 향기가 진한 나리백합을 특히 좋아한다. 꽃집에서는 순백색 백합만 판매하는데 옛날부터 시골 집에 심어 온 야생미 넘치는 향기 백합은 사기가 어렵다 그래서 심겨진 몇 포기의 백합을 보물처럼 아껴 기른다

 

* 소나무가 심겨진 아래정원의 잡초밭에 하얀 마가렛 씨를 뿌렸다 마치 가을에 구절초처럼 하얀 꽃이 봄부터 초여름까지 오래토록 피어 있으면 너무 좋다 오래 핀다 하여 장명국이라고도 부른다니 아래정원 전체를 이 꽃으로 욱어지게 하면 좋겠다

 

* 개망초가 안개꽃 처럼 들과 밭둑 등지에 피어 드라이브하는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정원에서는 잡초로 알고 늘 뽑아 버리는데 그렇게 천대 할 풀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제 뽑지 않고 꽃을 감상해 볼까 한다 정원을 가꾸면서 잡초라는 말을 쓰지 말고 야생초라고 해야 한다 모든 꽃과 풀이 모두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니 그것을 찾아야 하겠다

 

* 백합이 지고 나니 이어서 원추리와 하늘나리가 핀다 노란 원추리꽃은 늘씬한 키에 한껏 멋을 부리며 흔들거리고 주황색 하늘나리의 작은 꽃망울이 터지며 활짝 피었다 옛날에는 하늘나리가 피면 모내기를 했는데 요즈음은 보온 못자리에서 모를 내니 벼들이 상당히 자란 시기가 되었다 장마비에 흠뻑 젖은 장미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쓸어져 있다 밤이면 개구리의 합창는 소리가 온 들녁에 소낙비처럼 퍼진다

 

* 올해는 탱자나무에 탱자가 주렁주렁 열려서 잘 자라고 있다 흔히 탱자나무는 울타리로 심기 때문에 그 나무의 멋을 잘 모르는데 쌍간으로 자란 나무에서 하얀 꽃이 피고 탱자가 열어 가을에 익으면 참 보기 좋다 주님 쓰신 가시관같은 나무라 그 밑에 백합을 심어 가시 가운데 백합을 피게 했다

 

* 나는 여행하며 돌아 다니고 구경하는 것보다 조용히 머무르며 생각하는 것을 더 좋아 한다 관광지나 바다나 산엘 가더라도 이리저리 돌아 다니며 보는 것보다 한적한 곳에 오래도록 쉬며 감상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내 취미생활의 진수는 자연히 분재나 골동품, 정원 가꾸기가 되었다. 주변사람들이 외국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정원 가꾸는 즐거움만 하랴? 하는 생각을 한다 늙어 좋은 벗 하나 있으면 천금과도 바꾸지 않는다는데 노을진 정원에 벗님 향기 가득하니 천금보다 만금보다 귀하고 귀하네라 하는 내 시도 정원을 친구  삼아 살자고 쓴 시이다 정원에 있는 돌이나 나무나 꽃 한 그루 풀잎하나 새와 나비 풀벌레, 연못의 물고기까지 노년의 내 귀한 벗들이 되리라

 

* 녹차 밭에 대나무가 점령해 들어 오기에 죽로차 밭으로 가꾸려고 했더니 대나무들이 너무 욱어지고 큰 대가 아닌 잔대가 볼품이 별로 없어서 모두 잘라내고 소나무 묘목을 심어야 겠다 솔향과 녹향도 썩 잘 어울리지 않겠는가

 

* 도라지 꽃이 피기 시작한다 하얀 백도라지와 보라색 도라지꽃이 머금을 때는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터지면서 연약하고 가냘픈 꽃이 피면 그 청초한 모습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도라지 꽃은 꽃잎이 너무 연약해서 꽃꽂이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야생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 작년에 따 둔 동백 씨를 모두 고무 통에 심어 두었다 겨울동안에도 통에 모래가 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었더니 늦은 봄에 싹이 나서 장마철에 비를 흠뻑 맞으며 잘 자라고 있다. 나무를 심을 때 접목이나 꺾꽂이 목을 심기도 하는데 그렇게 자란 나무들은 수명이 짧다고 한다 반드시 씨로 자란 나무래야 수명이 길다고 하니 자연의 섭리와 그 순리대로 심기워 자란 나무가 권위가 있다 하겠다 요즈음은 나무가 채소 식물들을 기본 종자를 변형시켜 변종들이 너무 많이 범람하여 오히려 토종이 귀하게 되어 버렸다 씨로 심어 자란 이 동백 비록 꽃은 늦게 필 지라도 수명이 오래 갈 것이라 생각한다

 

* 휴가차 고향에 내려 갔다가 백련사에 들려 절 안에 있는 찻집에서 차를 마셨다 아내는 조용하고 조그마한 백련사 정경과 멀리 호수처럼 보이는 바다 경치가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차는 다산 정약용의 귀향살이 했던 만덕산 자생차로 다산정 주변에서 따온 것이라 했다 한줄기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에 처마의 풍경소리도 정답고,

 

* 강진 청자 전시관에 들려 구경하고 그 곳에 있는 전통 찻집에서 백자 다기 한 벌을 사왔다 차는 백자 잔에 따라서 신비로운 그 향과 함께 색을 감상하는 것이 즐겁다 찻상을 차리고 보니 아름다운 백자 자기를 사기에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도 무척 만족해 했다 결국 마음에 드는 좋은 물건을 사서 즐거운 것은 행복을 사는 것과 같다. 한 세상 나그네 길에 성경과 녹차가 있으면 행복하게 지나 가겠다


* 까치동산. 꽃과 나무와 바위와 연못이 있어 좋고 TV와 컴퓨터가 없어서 좋다 누군가의 글에 처음에는 꽃도 나무도 나비도 새도 모두 사람과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로 인해 서로 죽이는 것을 보고는 꽃도 나무도 바위도 사람과는 말을 않기로 했다 한다 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말을 삼가는 지혜를 배우고 자연속에서 침묵으로 말하는 기쁨을 알자

 

                가을

* 갑자기 날씨가 서늘해 지고 햇살이 엷어졌다 높고 파아란 하늘이 시원하고 저녁이면 맑은 하늘에 별이 더욱 또렸하게 빛난다 아침에 물안개 피는 냇가의 풍경에 차가운 기운이 돈다 거실 창으로 비쳐지는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니 가을이 깊어지나 보다 이 가을에는 더 아름다운 시심이 떠올랐으면 행복하겠다

 

* 잎이 나면 꽃은 지고/ 꽃이 피면 잎이 지고/ 만날 수 없는 그리움에/ 가슴앓이 피멍든 마음/ 상사병에 이승 떠나/ 꽃상여 타고 가는 저승길/ 그 먼 곳 어느 길목에서나/ 피어 있을 것 같은 아련한 모습
 구월이 되니 상사화라는 꽃 무릇이 여기저기 피어난다 주황색의 화려함이 찬란한 듯 한데 그 옛날의 소박함 같은 모습, 그 고운 꽃에 잎이 없어 허전하고 외로움이 스며 있는 모습, 상사화를 볼 때마다 그 옛날 꽃상여에 꽂혀 있었던 그 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련한 꿈속이나 희미한 저승의 어느 길목에나 피어 있을 것 같은 꽃

 

*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상화화가 있지만 일년만에 꽃과 열매가 만날 수 있는 차나무가 있다 늦가을에 꽃이 피어 작년의 꽃이 열매가 된 것과 만나니 꽃과 열매가 일년만에 만나 서로 조화를 이루니 참 긴기하다 그래서 차나무를 부부 상봉화라 했다 차를 마시면 부부 금실도 좋아 지는 것은 내가 확실히 체험한 사실이다 부부가 마주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의 행복

 

* 기도방에다 옛날 괴목 받닫이와 뒤주를 구해다 잘 닦아서 손질하여 놓고 그 위에 도자기와 옹기 그릇을 올려 한 쪽 뒤주 위에는 녹차상을 올려 놓았다 아래는 아내가 시집 올 때 가져온 요강을 놓았다 그 때만 해도 요강을 가지고 시집을 왔으니 옛날이었나보다 문창살을 걸어 장식하고 밖 처마에 풍경을 달아 바람 불어 풍경소리가 그윽히 들리게 했다

 

* 올 가을은 열매가 풍성하지 못해 쓸쓸하기 그지 없다 배는 아예 찾아 볼 수가 없고 모과도 하나 밖에 열리지 않고 석류도 두 개만 열렸다 감만 그런 대로 잘 열려서 단감도 따고 대봉시도 조금 있으면 따겠다 올해 비가 너무 자주 와서 과일과 채소가 흉년이 들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풍성히 열리리라

 

* 가을이 깊어 가니 녹차 꽃이 피고 작년의 꽃들은 열매가 되어 주렁주렁 열렸다 씨를 따서 정원 둘레와 언덕 빈자리 등에 골고루 심어 주었다 작년에 심은 씨에서는 싹이 잘나서 자라고 있다 감씨도 모아서 여기저기 심었다 감나무는 묘목을 사다 심는 것 보다 씨가 떨어져 자란 것이 훨씬 성장이 빠르다 접을 부쳐 좋은 감을 열게 할 수 있지만 산감을 겨울 동안 감상하는 것이 좋아서 똘감이 그대로 열리도록 키운다 올해는 씨에서 자란 감나무 두 그루가 산감이 처음으로 열려 앙증맞게 달려 있다

 

* 까치동산에서 자고 새벽에 깨면 물안개가 피는 앞 강의 아련한 풍경도 풍경이지만 잠을 깨워 주는 아랫마을 닭울음 소리가 정겹다 한 사십년 전쯤이나 되돌아간 것처럼...

 

* 그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듣던 밤/ 슬픈 영혼을 싣고 가는 듯/ 눈보라 속으로 사라져 가는 / 밤기차를 보았소/ 잘 가시오 / 한마디 인사할 겨를도 없이/ 기차는/ 돌진하며 지나가 버리고/ 무정한 철로만 눈보라 속에/  고요히 남아 있소

 

                    겨울

* 밤사이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동백과 소나무 위에 소복이 쌓였다 처음 눈이 내릴 때는 가볍게 쌓여 무게가 없지만 햇빛을 받고 시간이 지나면 녹으면서 무게가 생겨 자칫하면 가지가 찢어지고 수형이 흐트러지고 만다 그래서 눈 온 후에는 나무에 덮인 눈들을 털어 준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처음에는 소복이 내린 흰 눈처럼 가볍던 것들이 세월이 가면서 삶의 무게가 되의 우리를 상하고 찢기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 된다 삶의 무게가 상처가 되기 전에 훌훌 털고 지나가는 빈 마음을 가지는 지혜를 배워야 겠다

* 맑고 향기롭게 살려면 자연의 질서를 삶의 원리로 받아 들여야 한다 우리들 자신이 자연의 일부이며 소 우주이다 가령 날씨가 흐리고 찌뿌등 하며 저기압일 때 우리의 몸도 쑤시고 결린다 날씨가 화창하면 우리 몸과 마음도 경쾌해 진다 이것은 우리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 자체가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 혼자 방에서 또는 정원을 거닐면서 명상하는 밤이면 내 마음속에 충만해지는 기쁨을 느낀다 이 세상은 천국도 아니고 지옥도 아니다 다만 내 마음에 천국을 심으면 천국이 되고 지옥으로 방치하면 지옥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항상 감사와 기쁨의 마음으로 천국이 되게 해야지

 

* 눈이 많이 내리고 난 후 처마에 고드름이 길게 길게 늘어지는 밤. 고드름을 감상하며 차 한잔이 들고 싶어 몇 개를 따다가 항아리에 꽂아 찻 상에 올려 놓고 전기 불을 끄고 �불을 켜고 차를 따른다. 밤에 차를 마실 때는 은은한 달빛이 아니면 �불을 켜고 마셔야 제격이다 희미한 불빛을 받아 녹아 내리는 고드름과 방울 지며 흐르는 �불이 조화를 이룬다. 그윽이 퍼지는 차향과 고드름과 �불, 밖에는 또다시 눈이 내리고...

 

* 폭설이 내려 온 세상이 눈에 덮여 고요하기만 한데 유난이 까치 소리가 요란스럽다 까치소리는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는데 한겨울 눈에 쌓여 사람이 귀한 철에 오는 손님이야 모두 반가웠으리라 새소리도 제철이 있다. 보리 필 때 알을 품은 봄 꿩의 소리와 높이 나르는 종달새 소리에는 소망이 넘치고 소쩍새는 모란이 지는 오월의 밤에 울어야 서러운 소리의 제 맛이 난다. 휘바람 새는 한 여름에 울어 시원한 맛을 내고 기러기 소리는 찬서리 내리는 늦가을에 어울린다 한 겨울에는 역시 까치 소리다 특히 설날의 까치소리는 운치를 더하니 까치까치 설날이란 말이 나왔음 직 하다

 

*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구름 사이로 초사흘 희미한 눈썹 달이 얼어 붙어 있다. 굳이 달빛이 아니라도 쏟아지고 쌓이는 눈으로 인해 밤은 캄캄하지 않는데 외로이 떠 있는 조각달이 기특하구나

 

* 밤사이에 눈이 많이 쌓였는데 날이 새고도 하루종일 함박 눈은 계속 퍼 붓는다 눈이 오면 불편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눈이 오는 풍경은 너무 좋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살게 된 것이 귀한 축복이다 싶다. 특히 대나무와 소나무 동백나무에 내리는 눈은 더욱 아름답다 한 겨울의 푸르름과 하얀 눈이 만나는 자연 최고의 조화인 것이다 거기에다 벽난로의 불이 활활 타오르고 찻 상이 차려 진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리라

 

                                             그리고 도다시 봄

* 해송묘목을 200주 심었다 너무 어려 풀 속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뿌리만 활착 되면 힘차게 자랄 것이다 해송의 강렬한 잎과 송진의 내음은 참 좋다 병에도 강하고 바람에도 강하여 해변의 그 모진 바람을 맞고서도 꿋꿋이 서 있는 해송의 기상을 보라

 

* 기도 방에 마차바퀴를 하나 벽에 기대어 놓고 송판으로 된 원목 상을 사다 놓고 성경을 펴 두었다 장독대 옆에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물확 맷돌을  사다 놓고 수도꼭지를 대어 두었다 푸른 이끼까지 끼어서 매우 오래되어 옛날에 어느 종갓 집에서나 썼음 직 하다

 

* 봄이 되니 여러 가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온 세상에 꽃 대궐이 된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 묻혀 살지 못하고 현대라는 톱니바퀴 속에 끼워 굴러가는 인생들이 가련하다

 

* 하늘메발톱 꽃이 여러 가지 색깔로 피어 특이한 자태로 뽐내고 있는 것이 좋아 꽃집에서 화분 다섯 개를 사다 화단에 심었다 도라지 백합이 자라는 화단에는 장미도 피고 국화도 자란다 여기저기 빨갛게 열린 뱀딸기가 예쁘다

 

* 힘차게 자라 오른 소나무 순을 쳐서 모양을 잡아 주고 주렁주렁 열린 매화와 이제 맺어 자라는 배나무에 약을 쳐 주었다 될 수 있으면 약을 하지 않으려 하지만 한,두 번은 해 주어야 한다. 그래도 배나무는 도저히 좋은 열매를 바랄 수가 없다

 

* 햇 차를 마시려고 새로 작은 백자 다기를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샀다 앙증맞은 자태가 참 좋고 차의 색이 조화를 잘 이룬다 특히 차를 만들어 담고 난 후 부스러기가 구수한 맛이 참 좋아 요즈음 부스러기 차를 즐겨 마신다. 차를 마시며 자연 속에 묻혀 사는 아내와 나는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다

 

* 호박과 오이 가지 모종을 몇 그루 장에서 사다 심었다 종묘상에서 사다 심은 해송 묘목은 너무 작아 풀 속에 묻혀 보이지도 않아서 풀을 베어 주고 말뚝을 박고 줄을 쳐서 표시를 했다 올만 견디어 내면 소나무는 성장률이 빠르기 때문에 내년부터 뿌리가 활착이 되어 쑥쑥 자랄 것이다

 

* 아침이면 소나무 밭 혹은 대숲에서 우는 뻐꾹이 소리. 못 견디게 그 무엇을 그리워 하게 하는 소리에 잠을 깬다 어제 저녁 이산 저산 울어예던 소쩍새는 어디서 잠들었는지 날이 새자 들리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이 새가 노래하지 않고 운다 했음은 삶이 늘 고달프고 서러워서 그랬으리라. 인생살이가 고달파 우는데 어찌 새라고 고달픈 울음 울지 않고 노래만 했으랴 만물이 다 탄식한다 하지 않던가

 

* 물확 수도 옆에 앵두가 빨갛게 익고 두 그루의 뽕나무에 뽕이 가맣게 익었다 별처럼 석류꽃이 피고 벌써 각시 원추리 노랗게 피어 하늘거린다 무더기로 핀 엉겅퀴에는 나비가 계속 날아 들고 나리꽃 백합은 꽃망울이 부풀어 금방이라도 축포처럼 터질 듯 하다 한번 피고난 장미를 잘라 주었더니 두 번째 꽃이 올라오고 인동초 꽃 노랗게 피어 하얗게 변해 간다

 

* 석탑 나침판이 있는 윗정원 구름바위 옆에다 백목련을 옮겨 심었다 앞으로 집을 지으면 거실에서 감상 할 수 있는 위치이다 목련은 나무 잎이 넓고 깨끗해서 여름에 그늘로도 좋고 겨울의 꽃봉오리나 봄의 � 가을의 낙엽까지도 감상하기 좋은 나무이다


                    여름  소나기 온 후에 쌍무지개 드리우고
* 멀리서 들리던 천둥소리가 점점 가까와 지면서 개구리 울음이 요란해지는 것을 보니 바람에 밀려 가는 먹구름이 비를 잔뜩 실었나 보다. 서둘러 비설거지를 하고 내리는 비를 감상하려 집 앞 처마의 평상에 앉았다. 이번 비는 멀리 남쪽에서부터 오는가 보다 그 쪽이 캄캄해 지면서 검은 그림자처럼 비가 몰려 온다. 번개가 번쩍 지나 간다. 이어서 “우르릉 쿵” 하고 천지를 울리는 뇌성소리가 울려 퍼지고. “쏴아” 하고 비가 쏟아진다. “비가 온다 비가 온다”나무들이 서로 외치며 춤추듯 비에 젖고 새들이 비를 피하려 부산하게 집을 찾아 날아든다. 비가 온다 비가 온다

 

* 엉겅퀴 꽃이 여기저기 많이 피어나니 호랑나비들이 찾아 든다. 단순하게 생긴 꽃이지만 꿀이 많아 벌과 나비를 부르고 쫙쫙 벋은 잎과 잎에 가시는 야생화의 강렬한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옛 화가들이 엉겅퀴를 즐겨 그리기도 했나보다. 엉겅퀴는 야성미도 있지만 약초로도 아주 좋은 성분이 있다고 한다. 봄에 부드러운 순을 쑥과 함께 국을 끓여 먹어도 맛있고 약이 차오른 엉겅퀴는 캐서 말려 달여 먹으면 허리아픈데 특효가 있다고 한다.

 남자들 양기에도 좋다고 하니 그 강렬한 모습이 남성적인 식물이라서 그런가?

 

* 주황색 석류꽃이 만발하여 가느다란 가지에서 바람따라 춤을 추더니 여기저기 피처럼 뚝뚝 떨어져 흩어진다. 동백꽃과 석류꽃은 시들지 않고 떨어지니 지는 꽃에도 아름다운 싱싱함이 있다. 시들어도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말라 붙어 있는 꽃에 비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비장함인가. 떨어진 석류꽃을 주어다 실에 꽤어 달아놓으면 별꽃처럼,궁전에 휘장처럼 이쁘다. 색갈이 곱고 이쁜 것들을 골라 소주에 담가두면 우려지는 빛깔도 참 곱다. 뱃속이 사나울 때 석류주 한잔은 약으로도 그만이다.


* 처마 평산에 앉아 아내와 차를 마시는데 다람쥐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 와서 우리를 구경하더니 기둥을 타고 처마 시렁에 엎드려 무엇을 연구하는지 가지도 않고 계속 그대로 있다 다른 다람쥐들은 사람을 보면 잽싸게 도망하고 마는데 이 녀석은 아예 우리와 살 작정인지 무서워 하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 아내는 그게 너무 이뻐 어쩔 줄 모르고...

 

* 복승아가 빨갛게 익어 요염한 여인의 궁둥이 모양 열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약을 치지 않아서 새들이 조아먹고 벌레도 먹어 흠집이 많다 그러나 맛은 일품이라 아내는 봉승아 다먹는 맛이 너무 좋다고 한다 내년에는 몇구루 더 심어 볼까 한다

 

* 점박 나리가 피면 본격적인 더위가 한창인데 여기저기 나리꽃이 피고 잠자리가 날으며 매미소리 소낙비 같이 퍼진다 한여름의 무더위도 즐거운 전원생활

 

* 배나무에 몇 개의 배가 자라는데 농약을 해 주지 않아 병에 찌들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먹게끔 자라는 배가 몇 있어 종이로 싸 주었다 해마다 배나무는 농약하지 않고는 도저히 안되니 잘라 버려야겠다고 결심 하면서도 꽃이라도 보는 것이 좋으니 그냥 두자고 하는 착한 마음의 아내의 말 때문에 자르지 못한다 기왕 심었으니 정성껏 잘 키워야겠다

 

* 사방 하늘이 컴컴해 지며 천둥번개 요란 하게 울리더니 소나기가 힘차게 지나갔다. 소나기후 먼 산 중턱에 연기구름 가득 피어 오르고 석양 빛을 받아 쌍무지개가 앞 냇가에 크게 드리웠다 색깔도 선명하게 펴진 무지개 사이로 학이 나는 정경은 우리 까치 동산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 핑크색 나리꽃이 피어 여름을 알린다. 이 나리는 제일 먼저 피는 초여름 나리로 키가 작고 꽃은 위로 향하여 핀다. 그 중에도 두 폭 노란색 나리는 너무 아름답다.
 이 다음에는 백합이 피고 그 다음에는 점박이 분홍 나리가 피고 그 다음에는 하늘나리가 피고 그 담에는 점박이 주황색 산나리가  필것이다. 나리가 피기 시작하면서 까치동산은 향기가 은은하다. 백합이 길쭉히 꽃봉오리를 부풀려 금박 피어날듯 하다. 오늘 나리는 단비는 꽃을 더욱 탐스러이 피게 하겠다.

 

* 봄에 호박씨를 심었더니 떡잎이 살찌게 오르고 몇일사이에 잎들이 많이 퍼져 넝쿨을 이루어 간다. 어릴적 밥지으는 솥에 호박잎 깔고 밀가루 반죽부어 개떡해 주시던 어머니의 넉넉했던 마음처럼 호박이 넉넉히 잘 열리라고 물을 둠뿍 주었다.

 

* 쌍간 산감나무를 윗 마당가로 옮기면서 수형을 다시 잡으려고 가운데쯤 잘라냈다. 도토리 모양으로 열리며 씨가 일곱 개나 들어 있고 너무 떫어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데 이 생감을  된장 발라 먹었던 배고프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종자 좋은 감나무들보다 이 산감나무를 아껴 마당 가까이 심은 것은 가난한 시절의 추억이 있음이다. 어머니는 감이 떨어지면 보리겨 속에다 넣어 홍시를 만들어 주셨고 된장물에 우려 주시기도 했다. 감꽃을 주어 꿰어 다니며 빼먹던 것도 어릴 때 바로 이 산감나무였다.

 

* 아래정원의 모과 나무에 모과가 두 개 열렸다. 모진 세월을 견디어 겨우 두개 열린 모과를 두고 참 세월이 아깝구나 하면서 엄숙한 삶이로구나 생각했다. 구름무늬처럼 해마다 벗겨지면서 굵어지는 수피의 고상함, 고목이 되어도 언제나 푸르고 싱싱한 수피의 아름다움에 반해 분재할 때부터 모과나무를 무척 좋아하다가 정원에 여러그루를 심었다. 땅이 생기면 모과나무를 많이 심으리라 하던 꿈이 이루어진 셈이다. 모과는 세번 놀란다 했다. 너무 못생긴 과일이라 놀라고 못생겼는데도 향기가 너무 좋아서 놀라고 그 좋은 향기를 두고도 먹을 수 없는 과일이라 놀라고...

 

* 인동초 덩굴에 꽃이 피고지면서 향기를 품는다. 금은화라 했던가? 희게  피었다 노랗게 지는 꽃이 참 우아하고 귀티나 보인다. 옛 백제왕의 옷에 인동초 꽃을 수놓았다는 글을 읽은 것 같은데 과연 왕의 옷에 수놓아 질만한 고상함이 있는 꽃이라 생각된다. 겨울의 모진 북풍한설을 견디면서도 잎이 지지 않고 연약한 덩굴이 얼었다가 이렇게 좋은 꽃이 피니 인동주 한병 담가 두고 친구를 불러 진득한 우정을 엮어볼까 한다

 

* 너무 오랜 가믐 끝에 해갈의 단비가 내린다. 그동안 두어 차례 비가 왔으나 해갈에는 턱없이 모라자는 양이어서 계속 목말라 했던 대지에 흡족한 비가 내린다. 비를 맞으며 백합이 복스럽게 피어 향기를 토하고 있다. 올해 퇴비를 넉넉히 주었더니 꽃도 크게 피고 향기도 진하다. 이토록 우아하고 아름다운 고상함과 향기가 있는 꽃이기에 꽃 중의 꽃이라 하고 주님의 모습을 닮은 꽃이라 하는가 보다. 탱자나무 가시 밑에서 자라 가시에 질리며 핀 고난의 백합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백합 중에서도 꽃집에서 사다 심은 흰백합보다 옛날부터 시골집 화단에서 심던 야생미가 넘치는 크고 노랗게 피다가 희게 되고 흰 등에가 밤색칠이 덧입혀진 백합이 더욱 향기가 진하여 돋보인다. 한 송이를 꺾어 방에다 꽂아 놓으니 온 방에도 향기가 가득하여 향기에 취하겠다.

 

* 먹구름이 한방 중 처럼 캄캄하게 덮이더니 우르릉 하는 뇌성 소리와 번개가 지나며 벼락치듯 요란하게 소나기가 쏟아 졌다. 한가하던 농부들이 바삐 의지를 찾아들고 새들도 놀라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비들은 어디로 숨었을까 꽃들은 소나기를 맞으면 춤추둣 좋아 하는데 개구리들은 개골개골 울면서 부모님 묘가 떠내려 갈까 야단이다.

* 장마철이 시작 되어 비가 내린다.우리 조상들은 눈,비에도 여러가지 이름을 부여 했고 비를 인격적으로 대우해 비가 곱게 오신다고도 하고 거칠게 오신다고도 했다. 빗줄기의 굵기에 따라 다채로운 표현들이 있다. 가늘면 안개비,가랑비,실비,가루비,보슬비,부슬비. 긁으면 장대비,작달비,채찍비,억수장마,발비,된비,무더기비라 했다. 해뜨면서 비가 오면 호랑이 장가 간다고 했고 비가 채 그치기 전에 무지개가 뜰 때 무지개비라 했다. 가믐끝에 비가 오면 단비,약비라 반겼고 봄에 오는 비는 꽃을 피게 하니 꽃비라 했다. 여름에 시원하게 내리며 지나가는 소나기, 가을에 낙엽을 지게 하는 찬비, 겨울에 내리는 눈과 함께 섰여내리는 눈비.짖눈깨비,우박,싸락눈,함박눈.북풍한설이라 했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빗소리를 듣는다. 이별을 두고 좀더 있으라고 이슬비가 내리고 어서 가라고 가랑비가 내린다.

 

* 예초기로 풀을 베다가 쉬는 동안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 가면서 무지개가 나타났다 바로 눈앞 냇가에서 두개의 무지개가 너무 선명하게 그려지니 그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어렸을 때에 쌍무지개 피는 언덕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내용은 전혀 기억 나지 않고 제목만 생각난다. 무지개가 바라보이는 오늘의 까치동산은 구름 속의 동 산같다


* 예초기로 풀을 베는 중에 대형 사고가 났다 커다란 개구리 한 마리가 예초기 앞에서 버티고 있다가 칼날에 맞아 운명한 것이다 풀속에서 잘 보이지 않아 어짤 수가 없었는데 무슨 배짱으로 도망가지 않고 버티다 아까운 목숨을 잃었는지 참 안됐다 등치로 보아서 제 딴에는 집안에서 말자리 깨나 하는 위치에 있는 놈인 모양인데.... 평소에 우리 까치동산 하늘 정원은 농약을 하지 않아 풀벌레들이 많고 무지개 연못도 시멘트가 들어가지 않는 자연 연못으로 여러 가지 물 곤충들도 많아 살기 좋은 곳이라고 집안에서 식구들에게 늘 말했을 텐데 이렇게 사고를 당했으니... 그러나 이런 사고로 덕을 보는 녀석은 까치나 산새들이니 발견하는 놈은 포식하게 되리라

 

                    가을 낙엽이 지는 자리에는 새 꽃눈이 자리잡고
* 가을이 시작되었는가 보다 상사화가 피고 지더니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 서늘 바람에 한들 거린다. 어렸을 때 어머니 신경통 약이라고 구절초를 뽑으러 들판을 퍽이나 헤맸었다 뿌리채 뽑아다 짚으로 엮어서 처마밑에 걸어두고 겨울내내 데려서 드셨는데 결국 어머니는 관절염의 고통속에 갇혀 게시다가 돌아 가셨다. 그래서 구절초가 피면 가을되면 더욱 도지던  병을 안고 사셨던 어머니의 생각이 간절하다

* 두개 열려 있던 쭈그렁 모과 한알이 뚝 떨어졌다. 낙엽이 지고난 나무가지에 붙어서 용케도 무거운 몸을 지탱하고 있는가 싶더니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언젠가 나도 저렇게 떨어져 이 세상을 떠나게 될텐데...

 

* 가랑잎 흩날리는 이 들길에 홀로선 들국화야 하늘 하늘 바람따라 하늘 거리며 오고가는 길손을 맞아 주네. 초등학교 때 가을이면 많이 불렀던 노랫말이다. 들국화, 용담,쑥뿌쟁이,치나물꽃이 피어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 감이 주렁 주렁 열려 빨갛게 익었다 감은 껍질이나 속이나 같은 색깔로 겉 다르고 속 다르지 않는 과일이다 말려서 곶감으로 오래 먹을 수 있고 이빨없는 노인들이 즐겨 먹을 수 있는 효도의 과일이기도 하는 감은 우리나라의 가을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 큰 석류 한 송이가 잘익어 예쁜 이를 드러내며 발갛게 벌어졌다 윤기 흐르는 홍색 진주를 가득 머금은 석류는 참으로 예쁘고 특이한 과일이다. 시어서 먹을 수는 없지만 눈으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예쁨이 있지 않는가 깊어가는 가을밤에 석류주 한 잔은 그 그윽한 향기로 말할찐데 첫사랑의 향기 같다 하겠다

 

* 고향에 외로이 남아 있는 어머니 무덤이 안스러워 묘비를 돌집에다 주문했다. 위에 십자가를 새기고 천국시민이란 글과 어머니 이름을 새기고 아래에는 나신 날과 돌아가신 날을 새기고 양쪽에 아버지 이름과 연대, 그리고 내 이름과 아들 이름을 새기게 하고 뒷면에는 어머니를 두고 지은 “목소리”라는 시를 새겼다
 “목소리”
굽이쳐 흐른 세월/고달픈 길이더니라/칩십평생 걸었어도/남은건 모진 병(病)뿐/ 오,뉴월 긴긴 해를/ 앓는 소리로 채우고/ 동짖달 긴긴 밤을/눈물로 새웠어라/ 어쩌다/ 이모진 병이/ 당신님께 들었던고/ 말 말아라/ 이 모두가 자식 낳아/ 길은 독(毒)이더니라/ 그래도/ 내 자식들 자라났으니/ 모든 고통 눈물 세월도/ 기쁨이더니라

 

* 가을이 깊어지면서 아침이면 안개끼는 날이 많아졌다. 자욱한 안개속에서 촉촉히 졌어 있는 나무들이 먼 옛날의 추억처럼 보인다. 안개속을 달리는 기차는 슬픈 사연을 지녔음직 서러워 보인다. 가는세월도 안개처럼 아련해지고 이루지 못한 욕망과 꿈들도 접어야 하는 세월을 살아버린 마음은 떠나야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집 지을 터 마당 석탑 나침판 앞에다 아래 뜰에 있는 해송을 옮겨 심었다. 아직 어린 나무이지만 모형이 낙낙 장송형이라 잘 키우면 작품이 될 것이다. 집앞 마당에 한쪽은 두개 이은모과 나무와 이 소나무가 마당 지킴이로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도록 키워야 겠다.
 나무를 심을 때와 가굴 때는 세상 모든 근심 걱정 시름들을 다 잊게 해 준다

 

* 봄에 거름을 해 준것이 효과가 있었던지 동백나무들이 꽃망울을 많이 달았다. 윤기 흐르는 잎에 젖꼭지처럼 부풀어 오르는 꽃망울은 한겨울 매서운 바람을 마시며 견디다 내년 봄에 붉은 핏방울처럼 터지게 될 것이다. 동백이 있어 올 겨울도 마음이 포근 하겠다

* 서리가 내린 가을 날인데 국화가 만발하여 정원에 국향이 가득했다. 여러가지로 수집해서 모아 심어온 소국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뽑내며 찬 바람속에 향기를 발하니 사군자의 위엄이 더해 지는 것 같다. 변덕스런 가을 날씨는 금방 해가 나왔다가 먹구름이 지나가며 미친 바람에 찬비가 휘몰아치며 낙엽을 휘날린다 그런 속에서도 곱게 피어나는 국화는 얼마나 고상한가

 

*보름날 밤 동산에 떠오르는 달이 거울처럼 밝다 구름이 흐르는 밤에는 서쪽 하늘로 미끄러져 가며 산천을 비추지만 오늘밤 같이 바람도 구름도 없이 찬서리 내리는 밤의 달은 얼어붙어 움직이지를 못한다얼어붙은 달 그림자가 연못 얼음에 그대로 새겨졌다 그 엄숙함에 온 세상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달처럼 얼어 버렸다

 

* 뜰에 있는 비자 나무를 마당 연자매 윗쪽 쌍간 모가나무 옆으로 옮겨 심었다 가시같은 잎새는 윤기가 흐르고 나무를 옮기다 상한 잎에서 향긋한 비자향기가 물씬 풍긴다. 소나무 동백과 아울러 비자나무를 좋아하는 것은 태고적인 자태도 자태려니와 그 향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백향목이 향기가 좋다지만 비자나무 향기만 할까 싶다. 이 나무를 잘 길러 마당 지킴이를 삼아야겠다.

 

* 밤사이에 된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었다. 무척 추운 밤이면 방안에서는 더욱 행복을 느낀다. 미처 단풍이 들지 못한 은행잎이 된서리에 시들어 떨어져 수북히 쌓였다. 감나무 잎도 서리에 말라버렸다. 동백과 소나무 대나무는 오히러 더욱 푸르게 기세가 당당하다. 겨울이 온다 눈보라가 찾아온다. 겨울동안 무얼먹나 걱정하던 옛 할머니들의 한숨은 이제 들리지 않는데 정겨움 또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 씨가 떨어져 난 산감나무들을 과수원 빈 자리마다 옮겨 심었다. 단감이나 대봉시보다 산 똘감을 즐겨 심는 것은 가을을 수놓은 빠알간 열매를 눈보라 칠 때도 감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새들도 산감들을 잘 먹지 않고 아껴 두는 것 같다. 너무 예쁘게 열린 열매를 아까워 차마 따 먹지 못하는가 보다.

 

* 만추의 낙엽이 휘몰아 치는 바람에 날린다.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안개속으로 사라진다. 올 사람도 없는데 막연히 기다리는 버릇이 생겼다. 이 가을도 이렇게 지나 가는데...

 

* 기회가 있을 때 집을 지으려고 집터를 닦으면서 쌍간 은행나무 한 그루를 뒷터에 옮겨 심었다 두고 두고 가을이면 떨어지는 노란 잎을 보리라. 노년에는 아름다운 집을 짖고 정원을 가꾸면서 아내와 옛 이야기 나누며자녀들을 기다리며 벽난로에 장작을 넣어 태우며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 주께서 그런 날을 허락해 주신다면 더욱 경건하게 감사와 기쁨으로 그 날들을 아름답게 보내리라

 

* 동백은 꽃망울이 커가고 녹차꽃은 아얗게 피어난다 녹차씨가 떨어져 나무 밑에 수두룩 하니 주어서 이리저리 뿌려 두었다 씨는 떨어진 곳에서 반드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다 떨어진 장소를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뿌리를 내리고 마는 집념이 가상하지 않은가

 

* 아직 11월인데 첫 눈발이 날린다 수북히 떨어져 쌓인 낙엽들이 오히러 따듯해 보인다 그래 얼어가는 땅을 낙엽이라도 덮어주어야지 슬프게 노래하던 풀벌레들, 꽃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던 나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잠 안오는 밤에 추적추적 내리는 찬비소리를 들으며 이제 가을도 다 갔구나 하는 생각에 문득 기다려 지는 마음. 누구일까 이렇게 못견디게 그리운 사람은

 

* 첫 눈이 내린다 처음엔 바람이 세차게 불어 눈보라가 날리더니 지금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며 온 세상이 눈을 타고 둥둥 떠가며 고요하게 눈 속에 모든 것이 잠겨 간다. 눈이 내리네 눈이 내리네 고요한 이 밤에 눈이 내리네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눈이 내리네

 

* 나중에 집을 지으려고 집터를 닦아 널찍한 마당을 만들었다. 아랫 정원 윗 정원 그 위에 아름답게 지을 집을 구상해 본다 뒷쪽 모퉁이에 쌍간 은행나무를 옮겨다 심었다 가을에 노오란 단풍잎을 감상 하며 차를 마셔야겠다. 정원속에서 살면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다 누리며 참으로 행복하고 여유로운 인생이 될 것이다
 3일간의 굴삭기 작업으로 터가 골라 지고 정원 주변의 옆에 땅 낮은 부분에 흙들이 채워져 우리 정원과 이어졌다 나는 터를 골라 흙을 처치해서 좋고 옆의 땅은 골라진 흙으로 마당이 넓어져서 좋았다


                              겨울 휘날리는 눈보라 속으로 밤기차는 지나가고

* 아침부터 함박 눈이 내린다 큰 작업을 한 후에 비나 눈이 내리면 마음이 더 행복하다 사람이 할 일을 마치지 못했을 때는 마음이 무거운 데 일을 마치고 안식하며 수고 하여 해 놓은 일을 감상하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 하나님께서도 세상을 창조 하시고 안식 하실 때에 너무 기쁘셨으리라

 

*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창8:22) 농부되시는 하나님이 정하신 이 귀한 섭리를 따라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하나님이 주신 동산에서 심고 거두고 땀 흘리고 안식하며 먹고 마시며 주 안에서 살다가 주님의 영원한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 나는 해송의 강렬한 잎을 좋아 한다 검은 철갑을 두른 나무껍질의 모양과 솔방울, 그리고 봄이면 솟아 오르는 강한 솔 순과 침엽의 거센 기상이 참 좋다. 내 고향 뒷동산에는 아름드리 해송들이 낙락장송으로 버티고 서 있었고 집에서 멀리 바라다 보이는 성 둘래에도 바다를 바라보는 장엄한 해송들이 있었다. 거친 비바람 거센 눈보라를 이기고 서는 해송들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보고 싶다

 

* 어렸을 때에 성탄 카드에 해송의 강렬한 잎이 솔방울과 함께 그려져 있었는데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또 탄일종과 빠알간 열매를 맺은 호랑가시 나무가 그려진 카드를 무척 좋아해서 많이 그렸다. 지금은 그런 카드가 나오지 않고 펴면 음악 소리가 나고 아주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진 카드가 많고 또 카드를 인터넷으로 주고 받는다는데 웬지 정이 없다. 옛날의 정겨운 그런 카드가 보고 싶은데 오늘은 어렸을 때 처럼 한번 그려 볼까 한다

 

* 용서를 위한 태양의 입맞춤이 있는 곳, 새들의 지저귐이 그대로 환희가 되는 곳, 정원만큼 하나님과 마음이 가까워 질 수 있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나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이 정원을 주시고 내 나름대로 그것을 돌볼 힘을 주시고 적지만 수확할 수 있게 해 주심에 대해, 그리고 한 입 한 입 베 물 때마다 입 속 가득 퍼지는 알싸한 향내와 감미로움에 대해... 믿음은 자기 주변 밖에 볼 수 없는 우리가 들판 전체를 볼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갖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를 설계하신 분이 주신 지혜와 통찰력으로 이 땅을 잘 경작하는 충성스런 농부가 되는 것을 의미 한다.
-사라코빈 쟁스트의 내 영혼의 정원 가꾸기 본문 중에서-

 

* 오늘같이 눈이 많이 내리며 길이 막히는 날은 눈 내리는 밖을 내다 보면서 녹차를 마시는 맛이 일품이다 은은한 녹향과 푸르스름한 자연의 차 색과 은근하고 구수한 차 맛을 음미하며 인생을 마신다. 다기(茶器)도 오래 되어서 녹차의 꽃(때)이 잘 피었다. 녹차의 깊은 맛을 알고 나면서 마음을 차분히 하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 정원 흙을 좀 옮기려고 땅을 파는데 겨울 잠을 자는 개구리가 나왔다 배가 터지도록 빵빵하게 채우고 땅속에서 봄을 기다리며 주무시는데 갑자가 이렇게 땅을 파서 잠을 깨워 놓고 말았으니 “황송해서 어쩌나” 하고 급히 다른 곳에 흙을 파고 덮어 주었다. 요즈음은 생태계가 파괴 되어 개구리 보기도 힘든 세상인데 귀하신 몸을 건드렸으니...그래도 몸 상하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이제 한겨울 잠 잘자고 봄이 되면 나와서 이 정원의 아름다운 꽃밭에 마음껏 뛰어 놀으시게.

 

* 밤새 내리던 눈은 하루종일 그칠 줄 모르고 내린다. 안 유리창을 활짝열어 온 세상이 눈속에 잠기는 것을 내다 보면서 뜨끈뜨끈한 고구마를 구어 먹는 맛이란? 동산 언덕배기에 고구마 순을 잘라 몇줄 심었던 것에서 두어 바구니쯤 캐 냈는데 이렇게 맛이 좋을 줄이야 올 봄에는 이 씨감자를 두엄에 묻어 순을 내어 몇두둑 심어서 나누어 먹어야겠다. 가난한 시절 고구마는 겨울 양식이었다 그 때 아이들은 고구마를 먹으며 자랐지 않는가? 고구마는 다른 곡식보다 수확이 후해서 겨울이면 방 윗목을 온통 고구마통이 차지 했었다

 

* 어머니 무덤 앞에 묘비(墓碑)를 세웠다. 아들을 데리고 가서 함께 하니 마음이 흐믓하고 좋았다. 그 동안 비(碑)를 가져다 놓고 고향 갈 기회가 있으면 가서 세우려고 했는데 마침 넷째 처남이 집을 지었다고 해서 새집 구경하고 축하해 줄겸 처남네들과 함께 가서 집들이를 하고 어머니 산소로 가는데 멀리 바다가 잘 보이는 산 위까지 찻길이 내어져서 쉽게 갈 수 있었다.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 해서 바쁘게 비(碑)를 세우고 비닐로 덮어 두었다.  내가 어려서부터 소 끌고 다니며 고구마 캐고 보리 베던 밭에 혼자 외롭게 누워 계시는 어머니의 묘 앞에 비를 세우고 나니 지나간 세월이 아득한 꿈결같기만 하다. 내 몸도 언젠가는 한 줌의 흙이 되어 흩어지고 나는 영원한 하늘나라로 돌아 가리라.

 

* 소한 지나고 대한을 오일쯤 남겨 둔 한 겨울인데 장마철 비가 내리듯 천둥 번개가 치며 많은 비가 내리고 전례없는 사월의 기온같이 포근한 기온으로 안개 마져 자욱하다. 이런 밤에는 책을 보기도 아까워 창을 열고 빗소리를 들으며 비에 젖는 자연을 바라 본다. 어쩌면 내 나그네 길도 비에 젖어 걸어 왔다. 고달프고 가난한 세월을 넘어 오는 동안 늘 가슴은 울고 있었다. 비야 내려라 한없이 내려라.그리고 눈보라를 물리치고 어서 봄을 몰고 오너라

* 앞으로는 좀 헐렁하게 속없는 사람으로 살아 볼까 한다. 지나치게 계산하며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에 그렇게 한번 도전해서 어설픈 멋을 부려 볼까 한다


* 요즈음 차의 감미로운 향에 깊이 빠져 한 겨울을 보낸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녹향은 더욱 신비로운 향을 낸다 차는 향으로 말하고 사람은 인품으로 말한다는데...

* 풍화가인이라 부부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행복, 차나무는 유일하게 꽃과 열매가 만나는 화실상봉화라 했다 국화도 지고 난 초겨울에 핀 꽃이 이듬해 열매가 맺어 가을까지 영글고  가을에 머물러 겨울까지 피는 꽃과 서로 만난다 마치 이승의 사랑이 저승가지 이어지는 듯 하지 않는가

* 겨울 삭풍에 댓잎 부대끼는 소리가 눈보라 속에 어우러 진다 옛날 선비들은 길 가다가 대나무 밭을 만나면 한참을 머물며 노닐다가 갔다고 한다 송죽을 벗삼아 귀양살이도 아름다운 시로 승화시킨 윤선도처럼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 볼거나


* 기상대가 생긴 이후로 요 몇일간 1월달에 4월 중순 날씨처럼 따뜻한 이런 이상 기후는 첨이라고 야단인데 정말 봄이 온 줄 알고 개구리가 나왔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철모르는 종류들이 있게 마련. “여보게 머구리 생원 들어 가시게 아직 봄이 오려면 한참 지나야 한다네 내말 안듣다가 낭패를 본 친구가 있는데 성질 급하게 날뛰지 말라는 말이었네 제발 들어 가시게”

 

* 개방되는 계절인 여름보다는 칩거하는 계절인 겨울이 좋다 우선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조용히 사색하며 머무르는 것을 좋아하는 게으름 때문인가 보다. 밖에는 설한풍이 휘몰아쳐도 방안에서 차도 달여 마시고 음악도 듣고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아내와 다정히 깨알같은 정담을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괜히 날씨가 화창하고 활동을 해야하는 계절에는 밖에서 일하지 않을 때 마음이 무겁고 죄를 짖는것 같아서....눈이 오면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린아이처럼 가슴 설래고 좋다. 비가 내려도 그렇고...

 

* 쨍쨍 내리쬐는 햇빛보다는 은근히 비추는 달빛이 좋다. 우선 얼굴이 타지 않은 것도 그렇고 햇빛앞에서는 볼 수가 없는 별들을 볼 수 있으니... 해가 지고 둥근달이 별들을 몰고 황용강을 건너서 정원으로 들어오면 숨이 탁 막히도록 가슴 벅찬 감회에 젖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중에 해보다 달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이나 그림에서 해는 보기 어려워도 달은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가슴 시리도록 아련한 달빛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 운수 좋은 날 둥근달을 향해 줄지어 나르는 기러기떼라는 볼 때는 그 어떤 감동적인 영화의 여운처럼 오래 오래 가슴에 남아 있다. 가을 달밤에 날으던 그 기러기떼를 겨울 가기 전에 얼어붙은 달빛에서 한번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골동품을 수집한답시고 옛날 반닫이나 오목장, 뒤주등을 거실에 놓고 제주도 여객선에서뜯어냈다는 배 운전대인 브릿지, 술통, 왕저울 가마니짜는 틀의 대, 배틀 북, 호롱불 등잔화로,향로, 도자기등을 장식해 놓고 심심하면 만져보고 닦아 주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 본다. 방안 장식 외에도 아직 집을 짖지 않은 까치동산 정원에 십이간지가 그려진 석탑 나침판,연자매, 물확독, 돌절구. 석등, 다듬이돌,맷돌, 크고작은 항아리등이 널려 있다 주위의 사람들이 떠나는 세월에도 항상 이런 것들은 내 옆에 있어서 좋다 딸이 시집가고 훵해진 집안에 이런 것들이 식구로 남아 있다 토끼와 닭이라도 몇마리 키워서 식구를 좀 늘려 볼까 생각 중인데...

 

* 녹차를 달여 마시고 난 찌꺼기를 말려 모아 두었다가 욕실에 물을 받아 그것을 뛰우고 몸음 담그면 녹향도 그윽하거니와 목욕하고 난 몸의 감촉이 오랫동안 촉촉히 젖어 참 좋다 게다가 음악이라도 들으며 몸을 담그고 있으면 아 글쎄 솔로몬의 영화가 조금도 부럽지 않다니깐

 

* 달빛이 폭설로 쏟아져 온 동산이 고요 속에 잠겨 버렸다 이대로 얼어 버린다면 저승길도 못찾겠다 봄이 오는 길목도 막혀 버릴까 걱정이다

 

* 집터 뒤뜰을 한 삼미터 높이로 언덕이 깎았는데 위에는 녹차나무가 있고 깎은 언덕은 황토가 벌겋게 드러나서 바윗돌을 두어줄 쌓고 동백나무를 심어 뒤뜰에서 동백꽃이 피고 지는 것을 감상할 요랑으로 석산에서 바윗돌을 15톤 대형차로 6차를 실어왔다 엄청난 무개와 크기가 운반하여 내리는데 겁이 날 정도였는데 무사히 실어왔다 사실 무사하기는 했지만 돌을 내리고 나오다 차가 빠져서 대형 크레인을 불러다 차를 건져 내는 사고가 있었다 그래도 사람이나 차가 상하지 않고 작업이 끝났으니 무사한 셈이다. 이제 이 돌들로 뒤 뜰을 쌓고 모양이 좋은 방석돌 두개는 집 마당에 놓고 길고 널찍하게 생긴 두개는 연자매 옆으로 놔서 장광을 해야 겠다. 옛날 고향집에는 바윗돌들이 있었다 장독을 놓았던 장광이 검은 자연석으로 되어 있어 어렸을적 거기서 누나들이랑 놀았던 추억이 있다 그리고 측간 옆에도 큰 바윗돌이 있어 올라 다니며 놀았었다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그런 것들이 늘 그리워 진다 그래서 내가 지을 집에다가 추억의 바윗돌들을 재현해 보아야겠다 자연석은 아니지만 이 돌들도 오래되면 검어지고 이끼가 끼어 자연석이 될 것이다 이미 아래정원에 조경했던 돌들은 이제 세월의 나이를 먹는동안 햇빛과 이슬을 머금고 비바람 눈보라를 맞으며 검게 변하며 이끼가 끼어 자연석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 간밤에 너무 추워서 온 세상이 꽁꽁 얼었다.얼음이 얼고 찬 바람이 불면 방안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더욱 따뜻하고 행복해 진다. 품 안에 있다는 것은 이런 느낌을 가지는 것인가 보다.  수도가 얼어서 끓는 물을 부어 녹여 물을 넣었다.  얼음장 밑에 잉어들이 뭔가 소식이 오는 것을 알고 헤험치며 나온다. 봄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은 얼음장 밑에서 더하나 보다

 

* 바윗돌들로 조경을 했다 우선 뒷 뜰에 언덕을 큰 돌들로 놓고 녹차밭에 올라 갈수 있도록 돌계단을 만들었다. 포크레인 기사와는 돌작업을 여러번 해 보아서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
 집 마당에는 고인돌처럼 잘생긴 타원형 방석돌과 네모난 방석돌을 놓고 감나무 밑에는 산 모양으로 생긴 바위를 놓았다 또 넙적한 돌 세게로 장독대를 만들어 장독들을 올려 놓았다 옛 고향집에도 돌로 장광이 되어 있어 어릴 적에 놀았었는데 그대로 만들었다. 조경을 해 놓고 보니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좋아 구경 온 목사들과 부인들에게 저녁을 사 주었다

 

* 장광 돌 옆에 골담초를 심었다 어렸을 적 고향집 장광 뒤 돌담 밑에 골담초가 있어 봄이면 노오란 장화 모양의 예쁜 꽃이 피어 벌들이 잉잉 거리고 그 꽃을 따 먹으며 놀았던 기억이 있어 그대로 연출을 했다 매화는 옆으로 비스듬히 옮겨 심었는데 매실이 열린 나무라 걱정이 되어 물을 많이 주었다 그리고 장광 주변에 대나무 모양의 나물인 양애깡을 심었다 엉겅퀴 머위 나물과 잘 어울린다 연자매와 장독대 사이에는 국화를 심어 가을의 정취를 즐기고 장광 뒤쪽에는 내가 좋아하는 코스모스를 울타리처럼 심어야겠다 금낭화도 한 폭 옮겨 심어 여인의 꿈을 담아 보고 창포도 심어 초여름의 정취를 즐겨야겠다

 

* 인생으로서 가장 선한 생업은 농사다.”나는 인생에게 있어 가장 거룩한 일은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요 가장 거룩한 직업은 농업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목사직을 은퇴하고 남은 생애는 힘 닿는대로 정원을 가꾸며 자연농법 농사를 지으며 살아 볼 생각이다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 섬길 수 있는 방법이 농사이기도 하다. 농사를 경제로만 계산하여 자연을 거스려 땅을 병들게 하고 사람을 병들게 하는 시대는 가장 거룩한 농사를 너무 오염시키고 있다 좀 가난하더라도 옛날처럼 자연 그대로의 농사를 짖는 농사, 이 얼마나 복된 인생일까 생각하면 나이드는 것이 참 기쁘다

 

* 사람이 젊어서는 꿈을 먹고 살고 늙어서는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는데 꿈 보다는 추억을 생각하는 때가 더 많은 걸 보니 나도 이제 늙어 가는가 보다 더 늙기 전에 정원에 더 많은 추억을 남겨 두기 위해서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야 겠다

 

* 사람들은 전원생활 하면 아주 여유있고 시간들이 많은 걸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늘 바쁘고 할일이 계속 이어진다 가을에는 밤도 주워야 하고 감도 따야 하고 모과 석류도 따서 차를 담가야 하고 곶감도 깎아 널어야 하고 녹차 씨도 따서 심어 주고 가지치기도 해 주고 옮길 나무들도 정리해서 옮겨 심어 주어야 하고 거름도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즐겁고 기쁘다 가을의 열매들을 새들과 나누어 먹고 밤도 다람쥐와 나누어 먹어야 하기 대문에 늘 남겨두고 혹시나 그들의 양식이 모자랄까 싶어 언제든지 정원에 먹을 것을 조금씩 놓아 둔다. 국화 향이 짙어지고 낙엽이 지는 만추에는 허전함 보다는 충만함이 있다

 

* 정원을 거닐면 침묵으로 말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나무와 꽃 들풀들도 모두 침묵으로 말하는데 나만 소리내어 말할 필요가 없고 말을 꾸미거나 인사치례의 말을 할 필요도 없다 느낌이 곧 말이요 생각이 곧 정원의 식구들과 나누는 말이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소리내지 않으면서 그 모습에서 가을이 깊어짐을 말해 주고 겨울동안 그 삭풍에도 깨어 있으면서 봄에 피울 새 봉오리를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해 준다 그리고 왜 이리 분주하게 사느냐고 내게 묻는다 우리처럼 자신이 뿌리 내린 곳에서 조용히 살면서 나름대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보라고 한다

 

* 작은 물매화 화분 하나를 이천원에 사다 거실에 놓고 물을 뿌려 주며 바라본다 그 청순한 아름다운 자태가 설중매와 거의 같은 모습인데 출로써 피어 있으니 더 가냘프고 귀하다 비록 북풍한설에 피우지 못하고 여름에 피운 야생화지만 화분에서 이렇게 초겨울에 피어 있으니 매화의 기품이 그대로 배여 있는듯 하다 물매화를 앞에 두고 차를 마시는 고요함이 좋다

 

*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을 위한 마음에서 나오고 세상 모든 불행은 이기심에서 온다고 하는데 나는 이 말을 세상 모든 행복은 하나님이 주신 자연 속에 깃들어 있고 세상 모든 불행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자연을 피괴하는 데서 온다고 말하고 싶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속에서 기도하는 삶을 살도록 하라

 

* 꽃을 심고 나무를 심자 꽃과 나무들이 내 인생의 상처나고 지친 삶에 위로와 힘을 줄 것이며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자리를 떠나간 후에도 나의 추억을 간직해 줄 것이다

 

* 식물이 땅에다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동물보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 감각은 동물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동물은 몸 전체를 움직여 먹이를 찾지만 식물은 몸의 일부분 만으로 그 일을 해낸다 사람들이 어둠속에서 목소리로 서로를 분간하듯이 꽃들은 향기로서 서로 분간한다 책에서 읽은 이 말이 식물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재미있는 나무 이야기 몇 개를 옮겨본다
* 감나무
해가 지나도록 산감나무에 감이 매달려 있다 감나무는 잎은 글을 쓰는 종이가 된다 하여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쓰였다 하여 무(武)가 있고, 과일의 겉과 속이 똑같이 붉어서 표리가 동일하므로 충(忠)이 있으며, 노인도 치아 없이 즐겨 먹을 수 있어 효(孝)가 있고,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 까지 나뭇가지에 버티어 달려 있으므로 절(節)이 있다 하였다. 이것이 "문무충효절"감나무의 오상(五常)이라고 했다. 또 목질은 검고(黑), 잎은 푸르며(靑),꽃은 노랗고(黃),열매가 붉고(赤),말린 곳감에는 흰가루(枾霜)가 나오르모 이것을 일러 감나무의 오색(五色)이라고도 했다.

*동백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예요 /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그 꽃 말이예요 / 동백꽃의 그 장렬한 낙화를 두고 눈물처럼 후두둑 진다는 이 시보다 더욱 마음에 닿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동백나무 꽃의 특이한 점은 조매화라는 것이다. 조매화란 수분을 하는데 있어서 벌과 나비가 아닌 새의 힘을 빌리는 꽃을 말한다. 크고 화려한 꽃이 많은 열대 지방에서는 이러한 조매화를 간혹 볼 수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아마 동백나무가 유일한 듯하다. 동백나무의 꿀을 먹고사는 이 새는 이름도 동박새이다. 동백나무에는 꿀이 낳긴 하지만 곤충이 활동하기에 너무 이른 계절에 꽃이 피므로 녹색, 황금색, 흰 색 깃털이 아름다운 작은 동박새가 주로 그 임무를 맡는다. 동박새는 작은 곤충도 잡아 먹지만 동백나무 꽃이 피면 꿀을 따고 열매를 맺으면 이를 먹고 사는 새로 동백나무와는 뗄 수 없는 사이이다.

* 모과
사람들은 모과를 두고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우선 모과가 너무 못생긴 과일이어서 놀라고, 못생긴 과일의 향기가 너무 좋아서 놀라고, 그리고 그 향기 좋은 과일이 맛이 없음에 놀란다고한다. 모과차는 모과로 만든 차이다. 추운 겨울의 모과차는 언 몸을 출고 치로를? 사라지게 하며 가래와 기침을 멈추게 하는데도 효과가 있어 옛부터 애용해 왔다. 한편, 모과구이는 모과에 흙을 두껍게 발라 불에 굽는 것이다. 모과는 날것으로 먹을 때는 별로 맛이없지만 구이나 편을 하면 매우 독특한 맛과 향취가 있다. 모과구이는 모과 위에 진흙을 두껍게 덮는다. 그 후 이 모과를 물에 젖은 한지로 여러 겹 싼다. 이것을 아궁이에 묻어서 굽는다. 다 익으면 종이와 흙을 벗기고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 저녁에 동산에 도착했을 때 눈발이 하나 둘 날리더니 이내 함박눈으로 펑펑 쏟아져 온 세상이 눈 속에 둥둥 떠가는 느낌이다 장광도 연못도 연자매도 소나무 동백 호랑가시나무도 눈을 흠벅 이고 깊어가는 밤을 맞는다 연못의 수은등은 수정처럼 아름답고 먼 동네 불빛이 저승길 처럼 아득하다 아 행복하고 좋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니

 

* 성미산 넘어 두둥실 떠오른 달이 황용강에 조용히 내려 앉는다

 

* 휘날리는 눈보라 속에서도 정원수들은 제 자리를 지키며 겨울을 잔 견디고 있다 깊은 침묵 속에 빠져 있는 것 같으나 어느덧 매화와 동백과 목련 등은 꽃 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 자연석 바윗돌에 연못을 판 이쁜 수석수반을 사다 연못 윗쪽 정원에 놓았다 강돌 쑥돌바위로 석질이 좋은데다 나무 잎사귀 모양으로 파진 연못이 아주 마음에 들어 거금 450만원을 주고 덤으로 돌 거북이 하나를 다음에  주기로 하고 윗 정원에 놓았는데 물을 가득 채워 두니 너무 좋았다 말게 고인 물을 보며 마음 을 씻는다는 뜻으로 세심석(細心石)이라 하고 마음을 맑힌다는 뜻으로 청심석(淸心石)이라 했다.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5:8)2005.4,7


* 세심석(청심석)을 두고 여러 가지로 식구들에게 의미를 부여 했다 아들에게는 여자친구와 사귄 기념으로 샀으니 둘이 사진을 찍으라 했고 딸에게는 결혼 1주년 기념(2004.4,24결혼일)으로 샀으니 사진을 찍으라 했고 아내와 나는 결혼30주년 기념(1975.4,10결혼일)이니 세심석에 동백을 띄워 놓고 아내의 사진을 찍었다

 

* 청심석을 살 때 덤으로 주기로 한 거북이가 왔다고 해서 �으러 갔다가 크고 예쁜 백조석조각 한 쌍을 보고 너무 좋아 사고 싶은데 당장 돈이 없어 집에 가서 연구해 보기로 했는데 아내도 백조가 마음에 들어 아들에게 사고 싶다고 전화 했더니 아들이 돈을 보태겠다고 해서 사기로 했다 연못에 놓을 것이니 밑바침 돌을 연잎모양으로 만들어 놓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가져온 거북이는 수은등 바위 위에 낭떨어지로 뛰어 내릴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해 놓았다 알에서 갖 태어난 새끼 거북이 모양이라 아무 것도 모르고 겁없이 높은 바위에서 물로 뛰어 들려는 품으로...... 백조 조각이 들어 오면 연못 어느 족으로 놓을까 연구하는 행복

 

* 백조를 싣고 와서 연못에 놓는데 한 마리는 받침을 놓고 연못 안에 떠있는 모습으로 수련 잎이 피어 오르는 물에 놓고 한 마리는 그 백조를 따라 연못으로 들어 가려는 모습으로 연못가 동백나무 아래다 연출을 했는데 밖에 있는 백조는 받침을 놓지 않고 그냥 옥잠과 창포, 머위 밭에 그대로 놓았다 크고 웅장한 백조의 조경이 너무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고 아내와 함께 오래도록 감상을 했다

 

                                             *  그리고 또 흐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 비가 와서 빗물에 젖으면 하얀 백조의 몸이 짙은 회색으로 변하여 흑조가 된다 연잎을 따서 백조의 머리에 씌워주고 사진을 찍어 보니 너무 이쁘고 아름다웠다 클래식 음악 "백조의 호수(정경)"를 들으며 사진을 감상 했다 수련이 살포시 피어나는 연못에 백조 한쌍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풍경

 

* 차 따는 시기가 지났는데도 정원의 몇 차나무에 새순이 통통하게 올라와 유혹하니 아내는 찻잎을 따고 나는 매실을 땄다 차 건 매실이 건 우리 일년 먹을 치만 따고 남은 매실을 나누어 준다 땅은 참으로 신비한 생명의 보고이다

 

* 향기 짙은 야생백합이 부풀어 오를 때면 피기를 기다리며 날마다 바라보며 살핀다 "다음 주쯤 필까? 아니 이 주의 주말에는 피겠지" 하고... 꽃 중에서, 또 백합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 하는 야생백합은 등에 갈색 칠을 약간하고 갖 필 때는 속이 노오란 빛을 띠며 꽃술은 진밤색으로 우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꽃이 크게 피고 향기가 진하여 온 정원을 은은한 향기로 가득 채워 준다 연못가에 한폭 연못 위에 한폭 장광 옆에 한폭 많이 심었는데도 두더지가 파 먹어 버리는지 성하지 않고 장광 옆에는 꽃이 머금어 올라 왔지만 무슨 벌래가 먹었는지 말라져 버리고 연못 위에 있는 것은 아직 꽃이 머물지 못하고 연못 옆 호랑가시나무 옆에 있는 것이 네 송이 부풀어 올라 오늘아침 꽃망울이 터졌다. 오 이 아름다운 자태, 첫사랑이 찾아온 것 같은 기쁨!

 

* 장마. 폭우가 쏟아 지는 밤. 비에 젖어가는 정원을 우산 쓰고 거니는 행복. 밤비에 젖은 나무,연못,백조,바위. 시들어 지는 백합이 작별 인사를 한다 "잘 가거라 아름다운 내 사랑 너로 인해 올 초여름도 행복하고 향기로웠다 내년에 다시 보자"


* 야생 백합이 지고 나니 분홍 점박나리가 큰 꽃을 피우며 향기를 토하고 키 작은 흰 백합이 순결한 모습으로 피어 나왔다. 비에 젖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자태. 사진 찍지 않고는 못 배길 어여쁨. 도라지꽃이 다음 차례를 기다린다. 연일 내리는 비에 세심석 물도 넘친다

 

* 여름꽃 마지막 차례로 빨강나리(소르본느)가 피었다 그 요염하고 정열적인 차태는 마치 섹시하고 농익은 여인의 모습 같다 야생 참나리도 여기저기 피어 정원이 온통 나리 세상이 되었다 

 

* 세심석에 가시연을 심었다 보름달처럼 넉넉하게 물위에 뜨는 둥근 잎이 좋아, 그 부드럽고 넉넉한 잎에 한편으로는 감히 범접하지 못할 서슬 푸른 가시를 지닌 모습이 마치 비둘기같이 순결하고 뱀같이 지혜로우라는 주님의 말씀을 생각나게 한다 물에 섞인 온갖 더러움을 뿌리로 흡수하여 물을 맑게 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은 주님의 심성을 닮지 않았는가   


* 반딧불이 나는 정원, 하늘의 별이 흐름같이 반딧불이 흘러 정원에 그림을 그린다

* 검은색 토끼 한마리가 정원 주위를 맴돌며 계속 살고 있다 사람을 무서워 하지도 않고 집토끼 인 것 같은데 돌아가지도 않고 날마다

 

* 성탄을 앞두고 내린 눈은 폭설의 재난으로 닦아 왔다 집과 창고 하우스등이 무너지고 차들이 고속도로에서 더 이상 가지 못하여 방치되고 나무들이 쓸어지고 인명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7,80대 노인들도 이런 눈은 평생 처음이라 하고 기상관측이래도 처음이라 한다 허리까지 차오른 눈은 치울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창을 열고 눈내리는 광경을 바라보는 마음은 따뜻하다

 

* 미니홈피에 네이트 통에 까치동산 사진들과 시들을 실었다 정원풍경은 세월이 갈수록 더 아름다워 지는데 늙어 가는 사람은......
 
* 고향에 갔다가 친구같은 형에게 야생화 노루귀 화분을 얻어 왔다 눈속에서 핀다는 연약한 작은 꽃이 너무 예뻐 아내는 연신 감탄을 한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먼서 피어나는 꽃들은 강하게 생긴 것들이 아닌 가장 약하게 생긴 풀이나 꽃들이다
 비자 나무 대형분재도 얻어와서 윗정원 바위 윗쪽에 심었다 비자나무는 독특한 향내가 너무 좋은 나무이다

 

* 내가 좋아 하는 토종 백합들의 순이 올라온다 백합 중에도 꽃잎이 두껍고 향기가 짙은 옛날부터 터밭에 심어 왔던 토종 백합을 가장 좋아 하는데 이 백합이 날 때가 제일 반갑다 네 군데 심었는데 한 군데는 잘 나지 않아 애가 탔는데 세 군데는 새로 퍼지는 싹들이 나왔다 퇴비를 해주고 잘 가꾸어 올해도 백합 향기가 진동하게 해야겠다 국제 종묘에서 사 온 오리엔탈 백합나리 구근 36개도 정원과 화단 여기저기 심었으니 올 초여름은 백합잔치가 대단 할 것이다

 

* 우와~ 눈부시게 찬란한 영산홍 자산홍 각종 철쭉들이 온 천지에 꽃대궐을 차려놓았다

 

* 가는 봄을 두고 뻐꾸기 뜸부기 소리가 온 산에 가득하다 밤에 우는 소쩍새 소리는 가슴을 후비는 것 같은 아픈 소리인데 버꾸기 뜸부기 소리는 포근하게 감싸 안은 소리처럼 들린다
올해도 풍년이 오려나?

 

* 날씨가 무척 더워 지면서 초여름으로 접어 든다 전원 생활은 계절 바뀜이 참 좋다 여름이 되면 더워서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보다 이제 보라색과 노란색 하얀색의 제비붓꽃이 피고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작약이 피고 석류꽃 도라지 백합 나리가 피겠구나 하는 기대감으로 마음 설렌다. 강렬한 야성미의 엉겅퀴가 금방 필 듯이 솟아 올랐다

 

* 아들과 며느리가 결혼기념으로 아름다운 동화나라의 버섯조각을 골동품 집에서 사다 무지개연못 수은등 뒷쪽으로 놓았다 이쁘게 생긴 돌을 놓으니 잘 어울려 기분이 좋았다 주께서 주신 은혜와 복이 차고 넘치는 것 같아 감사의 마음에 눈물이 나도록 행복하다

 

* 무지개 연못가에 올해 처음으로 나리꽃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하얀색 나리와 주황색 나리가 마주 보고 피어 나를 반기니 전원가꾸기 십계명 중에 철따라 피는 꽃과 벌,나비를 첫사랑이 찾아오는 설레임으로 맞으라 는 말처럼 반겨 주었다  이제 초여름에 접어 들며 줄줄이 피어날 각종 나리와 백합들의 잔치가 시작 되었다

 

* 장광 옆에 모란이 피었다 부이무교(富而無驕)라 넉넉하되 교만하지 않는다는 말이 모란을 두고 한 말이라 한다 내 삶의 모습이길 바라는 마음.

 

* 꽃을 기다리는 마음. 겨울동안에는 매화와 목련이 눈보라 속에 꽃봉오리를 키워 가는 것을 보며 봄부터 여름까지는 백합이 자라고 피는 것을 보며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국화가 번지며 피는 것을 보며...

 

* 아시아계 백합이 지고 나서 오리엔탈계 백합이 피기 시작했다 오리엔탈계 백합은 키가 크고 향기가 좋아 아시아계 백합보다 훨씬 우아하고 품위가 있다 노란색 웰로우 윈과 빨간색 스타게이져 분홍색 버니니 그리고 하얀 색에 점박이 있는 꽃이 가장 크고 우아한 무스카데트는 너무 아름답다 내년 봄에는 이 세 가지를 더 많이 심고 백합 중 가장 크고 우아하며 향기도 좋다는 카사플랑카를 심어야겠다

 

* 노침묵미소인(老沈默微笑人)이라는 글을 써서 서재에 걸었다 나이가 들면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미소를 띄우라는 뜻으로 내가 생각해낸 글이다

 

* 윗 정원은 집을 지으면 앞마당이 되는데 구름바위와 너럭 바위 가운데 모과나무를 두그루 함께 심어 연리지를 만들었는데 그 자리에다 꽃밭을 만들려고 모과 나무를 윗 뜰로 옮기도 예쁜 버섯돌과 물확등을 가로 둘려 놓고 꽃밭을 만들었다 모과 나무가 있을 때에 그 가에 백합을 심었는데 그 백합을 더 늘리고 국화를 심을까 한다 가로는 수선화를 심어 봄을 맞이 하고 가을이면 국화향으로 가을을 맞이 하려고.....

 

* 셋째 처남이 장미를 여러 그루 얻어다 주어서 심었더니 주황색과 흰장미가 잘 피어 정원을 환하게 했다 장미 그루터기가 큰 것이 상당히 오래된 나무들이라 꽃도 여러 개씩 많이 핀다 백합과 장미 최고의 미를 뽐내는 꽃들이 정원에 가득하다

 

* 그네를 두 개 만들어 놓았다 하나는 일인용이고 하나는 부부용인데 세 사람까지 탈수 있도록 긴 나무를 매달았다 그네에 앉아 흔들 거리며 정원을 감상하는 기분이 그만이다 특히 여자들이 정원에 오면 그네를 보고 좋아라 하는데 모두 동심의 세계로 돌아 간 듯 하다

 

* 모과나무를 옮겨 내고 만든 화단에 여러 가지 백합 구근을 심었더니 초여름이 되면서 계속 백합이 피고 진다 작년에 백합을 더 심으려고 맘 먹은 대로 구근을 좀 많이 심었다 백합의 순서대로 말하자면 제일 먼저 토종백합이 우아한 모습으로 피어 향기를 정원 가득하게 하고 그 담에 흰백합 화이트훼븐 엘레강스가 무더기로 피어 온통 꽃밭을 수 놓았다 이어서 아시아계 백합 나보나 넬로등이 피고 오리엘탈계 노량백합 옐로우윈과 마르코 폴로 화려한 스타게이저 이어서 점박이 무스카데트 코브라 마니사 등이 피고 마레로 가든파티와 살몬스타가 피더니 마지막으로 가장 크고 하얀 카사블랑카가 많이 피었다 해마다 피는 순서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대충 이런 순서로 피는 것을 유심이 기억해 두었다 그리고 화이트 훼븐 엘레강스와 카사블랑카를 많이 심기를 참 잘했다 내년에는 정원 빈 자리마다 더 심어야겠다 까치동산의 여름은 백합의 계절이다                             

 

* 노오란 원추리가 정원 가장자리 그늘에서 햇빛을 받으려고 목을 길게 늘려 올라와 피어 있다 온통 초록의 배경 속에서 노란색이 유난히  돋보인다 옛 사람들은 이 꽃을 망우초라 불렀다는데 그 아름다움이 길 가는 이의 시름을 잊게 한다는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망우초를 보며 시름을 잊어 볼까

 

* 백합이 모두 진 자리에 백일홍과 봉승아를 옮겨 심고 나머지 빈자리에 목화 한 그루를 심고 메밀씨를 뿌려 놓았더니 금새 메밀순이 나서 자라고 있다 백일홍과 봉승아는 여름동안 오래 피어 장독대를 배경으로 아름답다 달밤에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생각하며 메 밀꽃을 보려고 .....

 * 저녁 달이 떠 오르는데 아내와 달을 보며 운동을 하고 정원산책을 했다 이렇게 행복하고 좋은 세월은 자꾸 흘러 가지만 늙어 가는 것 또한 귀한 축복임을 깨닫는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님이 마지막 썼다는 "옛날 그 집"이라는 시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모진 세월 가고
아! 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녹차밭정원
* 동산 정원과 이어지는 땅을 샀다(2009. 9) 위에는 대숲 중간에는 녹차 밭이 형성되어 가고 밭가로는 단풍나무들이 잘 자라 있고 아래 정원는 작은 나무가 심어진 우리 정원과 이어지는 땅이다 그 동안 정원에 나무를 다 심어 나무가 생겨도 심을 데가 없어 좀 아쉬었는데 이제 나무를 더 심게 되서 참 기쁘다 이 정원은 녹차밭 정원이라 이름지었다 이제 세월 지나 집을 짖고 들어 오면 한 쪽으로는 연장 창고를 하나 세우고 토끼집과 닭장을 지으려고 한다 토끼는 어려서부터 내가 좋아 해서 시골 집에서 기르던 것들이라 늘 정이 간다 토끼와 닭을 키우면 과일 껍질과 음식 찌꺼기를 버리지 않아도 잘 먹어 치워 주고 달걀을 제공해 줄 것이다 그 날을 기다리며   행복해 지는 마음

* 달이 없는 가을밤 샛별들이 떠 오르고 풀벌레 소리 애잔하게 가을을 우는데 반딧불들이 은하수를 그리며 수없이 날아 다닌다. 아 아 좋다 너무 좋다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에 젖으며 밤 정원을 산책하는 행복...... 자다가 깨어 새벽에 정원에 나가니 이슬에 날개가 젖은 반딧불들이 잔디 밭에 떨어져 보석을 뿌린 듯 여기 저기서 빛나고 있었다

* 호랑이 새끼 치게 된 녹차밭 정원의 잡초를 제거 하고 동백과 목련 모과 살구나무 홍단풍 영산홍등을 옮겨다 심었다 이미 심겨진 큰 단풍나무들과 목련 벗나무들은 갖쪽으로 잘 어울려 자라고 가운데 심겨진 소나무 동백 묘목도 그대로 키워야겠다 녹차도 심은지 얼마 안되지만 밭 모양으로 조성이 되어 있어 참 좋다 그 동안 정원이 좀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이제 나무를 마음 껏 심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신이 난다 아내에게 너무 과로한다는 공박을 들어 가면서 정원 조성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 골동품 집에 가서 큰 돌 떡판과 돌 절구통과 물확3개를 사다 녹차 밭 정원에 조경을 하는데 떡판은 무거워서 녹차 밭까지 옮길 수가 없어 윗 정원 거뷱등대 옆에 두고 절구통과 물확을 녹차 밭 정원에 옮겨 호수를 끌어 물을 채워 가며 심은 나무에 물을 주고 여기 저기서 돌을 가져다가 주변을 예쁘게 조경했다 이제 정원이 넓어 마음껏 나무도 심고 꽃밭도 만들고 하니 기분이 좋다

* 석류가 주렁주렁 열려 가을의 풍요를 더해 준다 석류는 아름다워서 정원수 과수로는 모과나무, 매화와 더불어 제일 인 것 같다  집안에 석류나무 다섯 그루만 있으면 자손이 번창한다고 했는데 이는 여성호르몬의 기능을 경험적으로 우리조상이 이해하고 있었다고 본다. 조물주가 현대인의 특히 갱년기 전후 여성을 치유할 목적으로 이 지구상에 석류를 마련하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여자들에게 좋다고 하니 올해는 정원에 지천으로 열려 떨어지고 있는 석류꽃으로 술을 담가 볼까 한다

* 아들이 낳은 첫 손주딸 돌 기념으로 물레방아를 사다 무지개 연못 가에 놓았다 고목이 되어 가운데가 썪어 속이 비어 있는 나무를 물내림 대로 해서 물을 내리니 물레방아가 돌아 가는데 바라보고 있는 마음이 참 좋다 물레방아가 돌아 가다 힘겨워 멈추려다 물이 차면 돌아 가고 하는 풍경이 무거운 짐을 지고 고갯길을 넘는 인생과도 같다
 물레방아를 놓은 바닥 바윗돌 등에는 이끼를 깔아 주고 바위솔 돌옷을 심고 물고사리를 심어 운치를 더해 주었다

* 연못 위에 있는 비자나무에 비자열매가 두 개 열렸다 백양사에서 큰 비자나무 밑에 씨가 떨어져 싹이 난 것을 뽑아다 심었는데 너무 더디게 자라 지금도 나무는 작지만 열매가 맺어 참 신기하다 비자나무는 품위가 있고 향이 좋아 몇 그루를 심었는데 처음으로 이 작은 나무에서 열매가 열렸다 이 반가움!

* 여름 까치동산의 밤 초저녁에 방에 들어 가면 너무 더워서 냉방기를 잠깐 틀어 둔다 그리고 냉방기를 끄고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켠다 조금 지나면 선풍기를 끄고 성경을 보고 기도하고 정원 산책도 하다가 잠자리에 들라치면 찬 공기가 방으로 들어와 앞 창문을 닫는다 다시 잠자리에 들려 하면 또 추워 뒷 창문도 닫는다 그리고 누워 있다가 그래도 좀 찬기가 있어 보일러를 켜서 방을 약간 데우며 잔다 한 여름 더위에 열대야 현상이 있는 지금도 산속은 이렇게 시원하니 자연 속에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야밤인데도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 가을이 깊어 지면서 정원의 큰 감나무 모과나무들에서 낙엽이 진다 감나무의 굵은 잎과 모과 나무의 작은 잎들이 이끼 깔린 잔디 밭에 쌓이며 부는 바람 따라 굴러 다니다 이슬에 젖어 그대로 누워 있다 전원 생활 중의 감미로움 하나가 사람들을 만나지 않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만나면 좋은 말 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을 깊이 알지 못하고 그의 생각을 가늠해 보지도 않고 자기 생각대로 판단하며 멋대로 지껄이게 되니 나중에는 괜한 말을 했구나 하는 후회가 밀리곤 한다 정원에서는 말을 할 필요가 없어서 얼마나 좋은고 나무와 풀들은 입으로 하는 말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말을 알아 듣고 그들의 향기로 실바람 몸짓과 자연적인 모습으로 말한다 오늘도 나무와 꽃과 풀과 개구리 지렁이 풀벌레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괜히 말했구나 하는 후회는 전혀 없다 감미로운 여운만 남아 있을 뿐이다

 

*전원생활 사계절이 다 좋고 아름답지만 나는11월을 제일 좋아 한다 무성하게 자라던 풀도 성장을 멈추고 곱게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면서 나무들이 서서히 옷을 벗고 가벼워 지는 계절 차가운 달이 더욱 밝아 보이고 별들이 더욱 가까워 진다 윤기 흐르는 동백과 호랑가시 나무 잎은 달빛을 받아도 반사되어 기름이 흐른다 반딧불의 마지막  유희가 있고 녹차꽃이 피고 국화 향기가 진한 계절 예로부터10월(음)을 상달이라 했던가 무더운 여름 견디며 농사 지어 차곡차곡 쌓아 놓고 겨울맏이 준비를 하던 착한 농부는 뒷뜰 감나무 꼭대기에 달린 감을 새들을 위해 따지 않았다 정원의 모든 것이 정돈되고 제자리로 돌아 가는 것 같은 차분한 밤에는 전기를 끄고 촟불을 켜야 제 맛이다. 밤이 길어 더욱 아늑하고 벽난로에 장작을 피우고 차를 달여 마실 때 갑자기 밀려온 먹구름에 밤 사이 된서리가 내린 정원에 우박이 쏟아지면서 겨울닦아오는 짖눈깨비가 몰아치면 더욱 좋았다 기러기 하늘가에 멀어지고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을노래를 들으며 누군가가 기다려 진다

 

 

*까치동산에 심은 배나무가 농약을 안치니 배가 자라지 못하고 병든데다가 그나마 배가 자라면 까치가 쪼아 먹어 버려 나무를 베어 버릴까 해도 아내는 배꽃만 봐도 좋으니 베지 말라고 해서 지금까지 그냥 두었는데 오늘 보니 배꽃이 너무 예뻐 가장 잘 생긴 나무들을 정원으로 옮겨 심고 남어지 나무도 다듬어 주었다 이제 아랫마을에 오리장이 없어 지니 사료를 얻어 먹으려고 모이던 까치들도

 동산에 별로 안오고 하니 농약을 좀 쳐서 병을 막아 키워 보려고 한다 그 동안 배나무에 소홀 했던 것이 미안했다 나무가 크고 뿌리 무게가 상당하여 옮겨 심는데 무척 힘이 들었지만 땀을 몽땅 흘리며 정원에 옮기고 감상 하는데 정갈한 배꽃이 마치 속세를 떠난 듯 신비로워 이조년의 시조가 생각났다


梨花月白三更天 (이화월백삼경천)
啼血聲聲怨杜鵑 (제혈성성원두견)
진覺多情原是病 (진각다정원시병)
不關人事不成眠 (불관인사불성면)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하얀 배꽃 밝은 달빛 은하수는 한밤인데
아직 남은 푸른 내 맘 소쩍새가 어찌 알까
정 많음이 병이라서 잠 못 들고 뒤척이네

 

* 윗 솔나무 동산 조경한 바윗돌 사이에 제비붓꽃을 옮겨 심고 장광의 장독대도 정리 했다 장독대에 방석 돌을 하나 더 놓아 늘려 둔 곳에 뒤에는 큰 항아리 앞에는 작은 항아리를 올려 놓으니 한층 더 운치가 있다 윗 정원에 앉을 자리 돌은 놓는데 발에 무엇이 밟힌 것 같아서 보니 상당히 큰 뱀이 발 밑에 있는 것이 아닌가 뱀을 집어 던지니 저도 놀라서 어디론가 도망가 버렸다 예전에는 뱀을 보면 소름이 끼쳐서 잡았는데 전원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이제는 뱀도 하나의 자연으로 받아 들이고 잡지 않고 사이 좋게 살기로 했다 사실은 보기에만 징그럽지 독사가 아닌 뱀은 해를 기치지도 않고 오히려 들쥐를 잡아 먹으니 유익한 친구이기도 하다 능구렁이는 붉은 무늬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든다니까
장광 돌을 놓을 때는 돌을 들추는데 밑에서 지내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 녀석도 잡지 않고 그냥 두었다 내가 명색이 차를 마시는 사람인데 나를 물지도 않은 미물을  미리 일어날 사건을 대비해서 처형한다는 것은 법 정신에 어긋나기도 하고.... 나중에 닭을 키우면 좋은 닭 먹이 깜이 될 터이니 많이 번식해라 고 당부까지 하고 제 집으로 가라고 보내 주었다

 

* 저녁을 일찍 먹고 아내와 동산에 가서 아내는 풀을 매고 나는 화단 정리를 했다 작약꽃이 폭탄처럼 터지는 정원은 여름을 준비 하는 풀들로 무성하다 사실은 작약의 향기가 백합 못지 않는데 사람들은 왜 작약 향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지 작약 꽃으로써는 참 억울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평가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의연하게 넉넉한 꽃을 피우는 작약은 참 너그러운 꽃이다
 엉겅퀴도 피고 창포들도 노랑 보라 하얀색으로 그 청순한 모습을 속속 들어 내고 있다 더덕 덩굴은 막대기를 타고 힘차게 올라 가고 도라지도 키가 부쩍 커졌다 국화들도 잡초를 이기고 무더기로 자라고 백합들도 벌써 꽃망울이 보인다 대숲에서는 버꾸기 한 마리가 계속 울기 시작하는 것이 오늘 밤을 새워 울 작정인가 보다 왠일인지 소쩍새는 아직 소식이 없다 뻐꾸기 소리는 가슴을 포근하게 하는데 소쩍새 소리는 가슴을 후벼 파는 핏방울 같은 아픔이 있다 그래도 소쩍새 소리가 그리워 지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간절함에

 

* 뒷  산에서 번식해 오는 대나무를 제거 하지 않고 뒷 뜰에 동백 나무와 더불어 대나무 숲을 조성 하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욱어지는 잡초 때문에 그리고 녹차나무가 대숲에 있는 것이 죽로차라 해서 좋다는 말에 대를 번식 시키고 대나무 숲에 부는 바람 소리가 괴기스런 전설의 고향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여 어둠 침침한 뒤안 분위기를 만들려고 대를 키웠는데 알고 보니 죽잎욕이 건강에도 매우 좋다고 한다
죽림욕이란? 병의 치료나 건강을 위하여 대나무 숲에서 산책하거나 온몸으로 대나무 숲의 기운을 쐬는 것을 뜻한다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울창한 숲을 거니는 산림욕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도 더 효과가 좋다고 한다.
문헌에 보니 죽림욕의 효과는 많은 음이온의 발생으로 혈액을 맑게 해주고 몸의 저항력을 증가시키며, 우리 뇌에 좋은 알파파를 많이 생기도록 해주어 편안한 상태가 되도록 만들어 주고, 산소가 많이 나와서 머리가 맑아지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 스트레스를 없애 준단다. 특히  대나무가 물과 만나면 더욱 많은 음이온을 방출 한다니 우리 무지개 연못과 잘 어울리지 않는가
 식물 중에 친 환경 적인 것 아닌 것이 없지만 특히 대나무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친환경 식물이라 하니 이제 친구들이 찿아 오면 뒷 대나무 숲으로 데리고 가서 산책을 해야 할 것이다

 

* 우후죽순이라더니 장마철에 대나무가 쑥쑥 자란다 대나무는 뿌리가 5년 동안 땅속에서 힘을 모아 죽순을 내어 몇 일간 자라는데 하루 동안에 1m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유관속 식물이지만 형성층이 없어 초여름 성장이 끝나고 나면 몇 년이 되어도 비대생장이나 수고생장은 하지 않고 부지런히 땅속줄기에 양분을 모두 보내 다음 세대 양성에 힘쓰는 것이 보통 나무와 대나무가 다른 점이다. 곧은 절개 비어있는 마음 한번 자라고 나면 더 이상 몸을 불리거나 키를 키우지 않고 욕심을 버린 모습이 얼마나 고상한가
 중국의 소동파는 고기가 없는 식사는 할 수 있지만 대나무 없는 생활은 할 수 없으며, 고기를 안 먹으면 몸이 수척하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이 저속해진다고 했다. 이와 같이 대나무가 맑고 절개가 굳으며 마음을 비우고 천지의 도를 행할 군자가 본받을 품성을 모두 지녔다 하여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대나무를 좋아하였다.

 

* 가는 산기슭마다 하얀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향기를 품고 있다 찔레꽃은 슬퍼 보이는 모양도 은은한 향기도 참 아름다운 꽃인데 너무 흔해서 사람들이 귀하게 보지 않는다 옛 노래 가사에 찔레꽃이 들어 가는 것은 가난하고 슬픈 시절의 그리움이 아닌가  아마 우리 어머니 산소 가에도 찔레꽃이 피었으리라 찔레꽃 한 폭을 정원에 심어 이름답게 길러 봐야겠다

 

* 정원을 가꾸다 보면 나무나 돌이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있으면 볼 때마다 눈에 거스리고 마음이 편치 못하다 아주 잘 생긴 자목련이 해마다 봄이 되면 신비한 보라 자색의 꽃을 피우는데 이 나무가 아래 솔밭에 있는 것이 항상 아까워 몇 년을 벼르다가 사람을 동원하여 윗 정원으로 옮겼다 나무 옮기는 시기가 좀 지났고 무척 힘든 작업이었지만 이제 제 자리에 심겨진 나무를 보고 마음이 흐믓했다 이렇듯 나무 한 그루 돌 하나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있어서는 안될 자리에 버티며 머물고 있다면 얼마나 추한 것인가 사람이 은퇴를 할 때는 깨끗하고 멋지게 물러가서 새로운 황혼의 길을 아름답게  장식해야 할 것이다 

 

* 첫사랑이 찿아 오듯이 내가 가장 좋아 하는 토종 백합이 피어 온 정원에 향기가 가득하다 "오 내사랑 올해도 초여름 산들바람을 타고 고운 향기를 가득 싣고 왔구나" 나는 너무 감격하여 백합 앞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농사 하는 사람들이 과수나 곡식을 기를 때 자식 기르는 것 같다고 그 정성과 애착심을 말한다 그런데 정원을 가꾸는 일은 그 감미로움이 애인과 연애 하는 것과 같다 정원석을 쓰다듬고 나무나 꽃을 예쁘게 가꾸다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 만져 주고 안아 주고 키스해 주고 싶지 않는가 백합이 핀 오늘 저녁부터 몇 일간은 마음 설레어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다

 

*도시 삶에서 가족과 이웃은 사람들이지만, 전원의 삶에서 가족과 이웃은 사람임과 아울러 자연이다. 바위 나무, 꽃, 잡초, 새와 짐승 곤충 등과 이름 없는 미생물들까지. 또한 하늘, 해, 달, 별, 구름, 안개 이슬 바람, 비, 눈, 무지개 천둥과 번개, 강 이 모든 것들은 가족이고 이웃들이다. 그리고 전원에서 반드시 한 가족으로 지켜야 할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자신의 생존을 위협받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생명체를 해치거나 죽여서는 안 된다. 둘째, 전원 삶의 목적은 가족(자연과 피조물) 전체의 행복에 있다. 따라서 가족 중 한 일원이라도 불행하다면, 이 행복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과의 비자나무 성장이 더디어 언제 자랄거나 했는데 어느덧 열매를 맺었다 백양사 비자나무 아래서 씨가 떨어져 싹이 난 어린 묘목을 두 개 뽑아다 심은지 15년만이다 그윽한 비자나무 향기와 그 자태는 신비롭기까지 하는데 분재로 키웠던 오랜 수명의 비자나무는 죽은고목 같이 된 부분에서도 새 싹이 나서 그 질긴 생명력을 말해 준다 비자나무는 모두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는데 참 기품있고 아름다운 정원수이다

 

* 아름다운 침묵 그 향기. 움직이며 이리저리 돌아 다니는 동물보다 소리없이 그 자리를 죽을 때가지 지키고 있는 식물과 나무를 내가 더 좋아 함은 그 고요한 침묵에 인내와 굳셈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킁킁 거리며 찿고 배설하며 소리를 내며 전달하고 싸우며 나대는 동물들 보다 식물들은 얼마나 고상한가 뿌리로  영양을 흡수하고 배설은 좋은 공기를 내주고 향기로 전달하며 계절에 순응하며 나오는 때와 사라질 때의 순리를 알고 나무들은 항상 그 자리에서 비바람도 견디며 설한풍을 맞고 언제나 조용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스치는 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 내가 정원에 바위를 놓고 나무를 심어 잔잔한 기쁨을 얻는 행복은 바로 이런 것이외다

 

* 올해가 내  회갑이라고 아들과 딸이 외국여행을 다녀 오라고 돈을 넣어 주었는데 외국여행보다 까치동산에 조경을 하겠다고 고집하여 사랑석과 원탁석을 사다 놓았다 아내에게 핍박을 되게 받으면서도^^^

내가 죄 짖은 것도 없는데 공항에서 기뿐나쁘게 검사받으며 여행할 것이 무언가 날마다 보고 즐기는 정원이 좋지 내 아내가 이 깊은 뜻을 빨리 깨달아야 하는데   참!

 

* 전원생활에 대해 흔히 나이드신 분들은 말하기를 노년에는 병원 가까운데 살면서 갑자기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병원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사람이 살다가 병원 중환자실에 실려 가지 않고 갑자기 죽는 것도 하나의 복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자연 속에서 살다가 죽어 자연으로 돌아 갈진대 중환자실에서 주사바늘 꽂고 골골거리며 여기 저기 검사하며 돈 없애고 자식들, 이웃들 성가시게 하는 것이 갑자기 가는 것보다 낫겠는가? 그러니 갑자기 병원에 갈 생각부터 하시는 근심 걱정일랑 버리시고 모든 것을 주님의 뜻에 맡기고 정원을 가꾸는 행복 속에서 한 번 살아 보시오 

 

* 하루를 즐기려면 잔치집에 가고 일주일을 즐기려면 여행을 하고 일 년을 즐기려면 결혼을 하고 평생을 즐기려면 정원을 가꾸고 영원히 행복 하려면 신앙생활을 하시기 바람